서울 땅꺼짐 시한폭탄…"부실 공사가 노후 하수관보다 더 문제"

지난달 25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재개발구역 인근 도로와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도로에 땅 꺼짐(싱크홀) 신고가 잇따랐다. 조사 결과 공사로 인한 균열과 도로변형으로 땅 꺼짐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지만, 최근 들어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서울서 올해만 벌써 7번 땅 꺼짐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까지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땅 꺼짐 현상은 지난달 24일 발생한 강동구 명일동 도로를 포함해 총 7건에 달한다. 서울시는 면적 1㎡, 깊이 1m 이상 크기 혹은 사망ㆍ실종ㆍ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땅 꺼짐과 같은 지반 침하로 분류한다. 지난해 총 17건의 땅 꺼짐이 발생했는데 올해에는 3개월 만에 40%에 달하는 땅 꺼짐이 일어난 것이다. 

땅 꺼짐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노후한 지하시설물과 무분별한 지하개발 공사가 꼽힌다. 특히 오래된 하수관이 깨지면서 물이 새거나 흙이 쓸려가면서 땅 꺼짐이 많이 발생한다. 서울시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땅 꺼짐 원인을 분석한 결과 총 228건 중 111건(48.7%)이 노후 하수관로로 인한 땅 꺼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경찰 및 소방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한 도로에서 발생한 땅 꺼짐(싱크홀) 현상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경찰 및 소방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한 도로에서 발생한 땅 꺼짐(싱크홀) 현상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는 30년 이상 된 하수관을 노후 하수관으로 보고 교체하는데,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서울 하수관로 1만866㎞ 중 50년 이상 된 초고령 하수관로가 30.4%(330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이상 된 하수관로는 55.5%(6028㎞)였다. 해마다 노후하수관로가 늘어나고 있지만, 서울시가 교체하는 하수관로는 연평균 50~60㎞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 부족 탓”이라고 말했다.  

땅 꺼짐은 인재, 무분별한 지하공사부터 막아야 

전문가들은 노후한 상·하수관로보다 무분별한 지하공사가 더 문제라고 꼽는다. 노후 상·하수관로로 인한 땅 꺼짐은 소규모로 나타나지만, 지하 공사 부실로 인한 땅 꺼짐은 더 깊고 크게 발생하다 보니 인명피해도 크다. 


실제로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지반침하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비율은 지하개발 공사가 40%로, 상ㆍ하수도와 같은 지하시설물(7%)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한강 변 모래ㆍ진흙 등으로 이뤄진 연약지반에 지하수가 발달한 곳에서 지하터널 부실공사를 하면 지하수 유입으로 대규모 땅 꺼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땅 꺼짐은 대표적인 인재(人災)이고 지하공사를 잘하도록 관리·감독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9월 서울 강남구 언주역 부근에서 깊이 3미터 가량의 땅꺼짐(싱크홀) 현상이 발생해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2023년 9월 서울 강남구 언주역 부근에서 깊이 3미터 가량의 땅꺼짐(싱크홀) 현상이 발생해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육단 교수도 “땅 꺼짐이 발생했을 때 인근 공사현장과 연계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고조사가 정확히 안 되는 부분도 있어, 노후하수관 탓으로 갈무리하는 경향도 있다”며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상하수도관 교체부터 공사장 관리·감독까지 잘 보이지 않는 지하 안전 사전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지표투과레이더(GPR)로 관내 5개 도시ㆍ광역철도 건설공사 구간 49.3㎞를 집중적으로 탐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GPR은 지표에서 지하 2m까지 탐사할 수 있어 노후 하수도관 문제는 진단할 수 있지만, 10~20m 아래 지하 공사장은 탐사가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또 다른 첨단 계측 장비를 지하 공사장 인근 지하 10~20m 아래에 설치해 지반 변화를 실시간으로 계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호정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은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지반침하 사고와 관련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땅속 상황을 알 수 있도록 GPR 탐사 등을 대폭 실시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