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명동거리를 메운 남녀 인파의 모습. 뉴스1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이러한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올해 초 25~44세 남녀 2690명을 대상으로 가족·노동 성역할과 생애과업 전망 등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참여한 남녀 모두 청년기 삶의 주요 과업으로 '내 일'을 첫손에 꼽았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성 38.6점, 여성 37.6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조사(20~39세 남녀 6350명)에서 남성 35.9점, 여성 36.7점인 걸 고려하면 일에 매기는 중요성이 더 커졌다.
자녀가 중요하다는 비중도 함께 증가했다. 6년 새 남성은 14.1점에서 16.6점, 여성은 12.6점에서 17점으로 커졌다. 반면 개인생활은 같은 기간 남성 26.6점→21.7점, 여성 29.5점→24.5점으로 하락하는 양상이었다.

청년기 삶에서 중요성을 부여하는 영역 추이(총점 100점). 자료 여성정책연구원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엔 성별과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기류가 강했다. '일은 여성이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데엔 2019년 남성 44.2%, 여성 69.3%가 손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동의 비율이 남성 63.5%, 여성 80.7%로 급증했다.
이러한 성역할 변화는 남성에게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남성도 시간을 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비율은 남성 68.8%, 여성 83.9%로 높게 나왔다. 남성 10명 중 7명은 가족 돌봄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가 '여성의 노동역할 확대' 단계에서 '남성의 가족역할 확대' 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라는 걸 보여준다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청년 여성은 가족 형성보다 노동 경력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생애 과업을 조정하고 있지만, 남녀 모두의 가족 지향성도 상대적으로 늘었다. 남성의 가족 역할을 적극 지원하면서 정책 초점을 ‘전통적 가족’에서 ‘새로운 가족’으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