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 알츠하이머 환자. 연합뉴스
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순천향대서울병원 한상원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편정민 교수·황지윤 연구원, 인디애나대학 노광식 교수·박탐이나 연구원)은 22일 이러한 연구 내용을 공개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감퇴와 인지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진행될수록 뇌 손상이 커지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 개입이 중요하다. 하지만 검사 부담이 커서 많은 환자가 병이 꽤 진행된 뒤에야 진단받는다. 비용이 많이 들거나(PET 검사), 마취 후 요추에 바늘을 삽입하는 어려움(뇌척수액 검사)이 있어서다.
연구팀은 진단 장벽을 낮추기 위해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발병 여부를 포착하는 법을 찾고자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에 등록된 알츠하이머 환자 523명의 혈액 샘플을 수집해 유전자 발현 양상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65세 이전에 조기 발병한 환자는 18개, 65세 이후 후기 발병 시엔 88개 유전자가 각각 정상인과 다르게 바뀌는 걸 확인했다.
특히 후기 발병군에선 SMOX·PLVAP라는 유전자 활성도가 많이 감소했다. 이들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과 연관성이 큰 유전자다. 또한 뇌세포 에너지 조절, 손상된 단백질 제거, 세포 내 청소 작용 등과 관련된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이번 분석은 한국인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조기·후기 발병군의 유전자 발현을 처음 비교했다는 학술적 의미를 갖는다.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협회 공식 학술지인 'Alzheimer’s & Dementia'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