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경기도 평택항에서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중국의 해양, 물류 및 조선 부문 지배력 강화에 대한 무역법 301조 관련 조치’를 받아든 한 해운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된 이 조치에는 비(非)미국산 자동차운반선에 대해 올해 10월 14일부터 미국 운항시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조항이 있다. USTR에 따르면 외국에서 만들어진 자동차 운반선은 1CEU(Car Equivalent Unit·선박의 차량 탑재 능력 단위)당 150달러(약 21만원)의 입항 수수료를 내야 한다. 미국산 자동차운반선은 거의 없어서, 미국 수출용 완성차를 실은 자동차운반선은 모두 수수료를 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불똥 튄 한·일 완성차 해상 물류

지난달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세계 자동차운반선 시장은 일본, 한국, 유럽 회사가 선두주자다. 일본의 NYK, K Line, MOL 같은 회사가 일본 완성차 수출을 맡고, 한국은 현대글로비스와 유코(EUKOR) 카캐리어스가 현대차·기아 해상 운송을 나눠 맡고 있다. 자동차운반선의 적재 단위가 일본차를 표본으로 삼을 정도인데, CEU는 토요타의 소형차 ‘코롤라’를 기준으로 한다. 1CEU는 코롤라 1대를 실을 수 있는 단위란 뜻이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가장 대표적인 크기인 6500CEU급자동차 운반선은 입항시마다 97만5000달러(13억9000억원)를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국·일본 업체들엔 자국 운반선이 대부분이라 ‘중국 견제’ 입항 수수료에 해당할 거란 예상을 못 했다가 ‘외국산’ 조항에 걸리면서 비상인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2의 車 관세 될까 우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말 현대차·기아와 운송 계약을 갱신하며 기존보다 계약 기간은 늘리되, 수출 물량은 이전보다 줄여서 계약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완성차 운송으로 4조3억원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27.5% 성장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와 입항 수수료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현대차·기아 외 고객사 비중을 늘리고, 완성차 미국 내 생산 기조가 늘어나면 반조립 부품(CKD) 수출 확대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