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름 김정태…은퇴 전 WBC 태극마크 달아야죠

보스턴의 한국계 백업 타자 레프스나이더는 2023년 에드먼(아래 사진)처럼 WBC에 한국대표로 나서길 원한다. [AFP=연합뉴스]

보스턴의 한국계 백업 타자 레프스나이더는 2023년 에드먼(아래 사진)처럼 WBC에 한국대표로 나서길 원한다. [AFP=연합뉴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로버트 레프스나이더(34·보스턴 레드삭스)가 메이저리그(MLB)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레프스나이더는 지난 22일(한국시간) 미국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 경기에서 시즌 1호 홈런을 터뜨렸다. 높이가 11m인 펜웨이파크 좌중간 담장, 일명 ‘그린 몬스터’를 훌쩍 넘기는 큰 홈런이었다. 보스턴 백업 요원인 그는 상대 선발투수가 오른손일 때 선발 라인업에 주로 이름을 올린다. 그래도 눈에 띄는 활약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23일까지 올 시즌 9경기에서 타율 0.333에 OPS(출루율+장타율) 0.902를 기록했다.

레프스나이더에게는 ‘김정태’라는 한국 이름이 있다.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생후 5개월 때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다. 2012년 MLB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뉴욕 양키스에 지명된 그는 2015년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빅리그 데뷔 당시 그는 자신을 “한국에서 온 선수”로 소개했다. 양키스의 ‘괴물 타자’ 에런 저지와 남다른 친분을 쌓기도 했다. 저지 역시 입양아 출신으로, 10살 때 그 사실을 알게 된 사연이 있다.

2023년 에드먼. [뉴스1]

2023년 에드먼. [뉴스1]

빅리그 데뷔 2경기 만에 안타와 홈런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던 레프스나이더는 양키스의 차세대 주전 2루수로 꼽혔다. 하지만 양키스에서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리다가 2017년 중반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트레이드됐다. 이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탬파베이 레이스를 거쳤고, 2020년에는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해 추신수의 교체 선수로 뛰었다. 2021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51경기에 출전한 뒤 2022시즌을 앞두고 보스턴과 계약했다.

‘저니맨’ 생활에 지친 레프스나이더는 지난 시즌 은퇴를 고민했다. 보스턴 글로브 인터뷰에서 “구단 프런트로 일하면 유니폼을 입지 않아도 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수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데뷔 후 최고 시즌(93경기 타율 0.283, 홈런 11개, OPS 0.830)이었기에 뜻밖의 고백이었다. 보스턴이 올해 210만 달러의 구단 옵션을 실행해 현역 생활을 연장했다.

지금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레프스나이너가 태극마크를 달고 뛸 가능성이 크다. WBC는 본인뿐 아니라 부모와 조부모 중 한 명의 혈통에 따라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현재 내셔널리그(NL) 홈런 1위(8개)인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토미 현수 에드먼도 앞서 2023년 WBC에서 한국 야구대표로 뛰었다. 그는 한국계 이민자 어머니(곽경아)와 미국인 아버지( 존 에드먼)를 둔 혼혈 선수다.


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WBC는 빅리그 스타플레이어가 총출동하는 세계 유일의 야구 국가대항전이다. 최근 수년간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던 한국은 이번 WBC에는 최정예 야구대표팀을 꾸려 출전하겠다는 각오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하성(탬파베이), 김혜성(다저스 마이너리그) 등도 부상이나 소속팀의 반대 등이 없는 한 대표팀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역 빅리거인 에드먼과 레프스나이더까지 합류한다면 그 이상 든든할 수 없다.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올 초 미국을 찾아 레프스나이더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