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경선, 이재명 독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5일 호남권 경선 합동연설회를 하루 앞두고 전남농업기술원 농업과학기술진흥 간담회에 참석해 유세 행보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26~27일 호남권과 수도권·강원·제주 순회 경선을 연 뒤, 누적 득표율을 집계해 대선 후보를 27일 최종 확정한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4/26/79902767-6e2a-49d9-907c-857adfdbbd0f.jpg)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5일 호남권 경선 합동연설회를 하루 앞두고 전남농업기술원 농업과학기술진흥 간담회에 참석해 유세 행보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26~27일 호남권과 수도권·강원·제주 순회 경선을 연 뒤, 누적 득표율을 집계해 대선 후보를 27일 최종 확정한다. [뉴스1]
‘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이라고 하다 ‘90% 득표율로 대선후보는 이재명’으로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가 호남·수도권(강원·제주 포함)을 남겨두고 있는데도 이 후보의 기세가 압도적이어서다. 충청(19일)·영남권(20일) 경선에서 이 후보는 89.56%의 득표율을 보였다. 김경수(5.17%)·김동연(5.27%) 후보가 추격하기엔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당 안팎에선 “경선은 끝났다”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득표율은 반올림하면 90%다. 이는 압도적 당권을 지녔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새정치국민회의·77.53%)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57.01%)도 달성하지 못한 수치다. 이 후보가 당선됐던 지난 대선후보 경선(57.29%)은 물론 당 대표 연임 때 득표율(85.4%)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갤럽이 25일 발표한 4월 4주차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후보는 38%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의 역대 최고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군 중 두 자릿수를 넘어선 건 이 후보뿐이다.
특히 이 후보 측은 “중도층 지지율 상승”에 고무돼 있다.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의 중도층 지지율은 34%(3월 4주차)→39%(4월 4주차)로 상승했다. “최근 집중해 온 중도층 공략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게 이 후보 측의 진단이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먹사니즘’을 앞세워 우클릭 행보를 강조했다. 당내 일각의 반발에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나 상속세 완화 등을 추진한 것이나 조갑제·정규재 등 보수 진영 인사들과 접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의 이런 변화는 대선 국면마다 낸 책에도 반영돼 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낸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이 후보는 “기업주인 재벌들은 노동자들을 탄압하면서 이윤 극대화에 혈안이 되어 있다”며 기업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기업에 부과하는 법인세 20%를 30%로 인상하면 연평균 15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10억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최고세율을 50%로 올리면 2조4000억원이 마련된다”며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도 강조했다. 2022년 대선 패배 직후 낸 개정판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에서도 이런 주장을 고수했다.
반면 이달 초 낸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선 달라졌다. 이 후보는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 더 성장해야 격차도 더 줄일 수 있다”고 분배보다 성장 우선을 강조하는가 하면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해서도 더 언급하지 않았다.
대미 인식도 마찬가지다.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박근혜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동학농민군을 진압한 일본군에 비유했다. 그는 “조선의 위정자들은 거세게 일기 시작한 동학혁명의 불길을 끄기 위해 일본군을 끌어들였다
이 후보의 ‘중도 공략’에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기업·성장을 외치다가도 재계가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이나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강행하는 등 행보를 보여서다. 이 후보는 25일에도 농업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쌀값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양곡법은 윤석열 정부에서 세 차례 폐기됐다. 시장 원칙을 훼손하고, 정부 예산이 크게 소요된다는 이유에서다. 당내에서도 ‘어느 게 진짜 이재명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이재명 후보는 ‘기본사회’가 비전이라는데 어떤 정치를, 어떤 정책 방향을 추구하는지 불분명하다”며 “좌우 클릭을 하다 보니 ‘말 바꾸기’ ‘발언 상충’이 반복되고 있다. 신뢰와 진실성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