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페미니즘 반대" 보수 주자 반PC 전략…이재명은 침묵?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사무실 앞에 국민의힘 2차 대선 경선 후보자 4명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임현동 기자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사무실 앞에 국민의힘 2차 대선 경선 후보자 4명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20·30세대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해 ‘반(反)PC주의’ 전략을 펴고 있다. PC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뜻하는 말로 PC주의는 인종·성별·문화 등에 따른 편견과 차별을 타파하자는 사회 운동을 뜻한다.

2030 남성의 지지세가 강한 홍준표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동성애·차별금지법 반대’, ‘페미니즘 말고 패밀리즘’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홍 후보는 “사회적 소수자나 특정 집단에 대한 지나친 옹호는 사회 전체의 균형을 해칠 위험이 있다”며 “극단적인 페미니즘이나 PC주의는 좌파 중심 사고이며 국가와 공동체, 특히 가족 해체를 촉진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그는 “‘차별 금지’가 아니라 ‘격차 해소’가 중요하다”며 여성의 경력 단절 해소,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 등 양성 간 격차 해소를 약속했다. 지난 22일엔 차세대여성위원회를 만나 ‘돼지 발정제’ 논란도 해명했다. 홍 후보가 2005년 펴낸 자서전에 쓴 내용으로, 대학 시절 친구의 성범죄를 돕기 위해 돼지 발정제를 구해줬다는 논란이다. 홍 후보는 “내가 한 게 아니라 하숙집 친구들이 한 것이 책을 보면 나온다”며 “민주당이 내게 덮어씌우니 여성들이 (나를) 좋아할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김문수 후보도 20대 남성을 겨냥한 공약을 잇달아 발표 중이다. 그는 23일 ‘여성 전문군인제 도입’을 공약하고 “현재 11% 수준인 여군 비율을 3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또 성별 구분 없이 모든 병역 이행자에게 군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후보는 22일 차세대여성위원회 간담회에서 “저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누구보다 여성이 안전하고 커리어를 펼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각오와 결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즐겁게 아이와 귀중한 시간을 즐기고 경력이 단절되지 않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2022년 국민의힘 대표 시절 대선 공약으로 냈던 ‘여성가족부 폐지’를 다시 내걸었다. 이 후보는 “과거 여성의 사회 참여와 권익 신장에 혁명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했던 시대와 달리 앞으로는 양성평등 이상으로 장애인·아동·노인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인권이 복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가족·청소년 정책은 복지부로, 양성평등 업무는 국가인권위원회로 이관하겠다”고 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민감한 이슈에 대한 공약이나 발언을 자제하며 ‘로키(low-key)’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독주 양상인데 굳이 논란이 될 만한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선 때까진 로키로 간다는 방침”이라며 “민감하고 구체적인 정책은 본선 때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동연 민주당 경선 후보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과 여성가족부 기능 확대 등을 공약하며 여성 표심 공략에 나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지금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반PC 공약을 내는 현상이 눈에 띈다”며 “보수화되고 있는 젊은 남성의 표를 의식한 결과”라고 봤다. 이어 “여성 징병제의 경우 헌법적으로나 일반론으로 접근하면 설득력 있는 공약일 수 있는데, 그런 설명이 없다”며 “대통령 후보가 사회를 통합하기보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