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민주당 그늘 밑으로 가는 군소정당들…"위성정당 시즌2"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옥중서신.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 페이스북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옥중서신.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 페이스북

 
원내 군소 정당들이 다시 민주당의 그늘 밑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6·3 조기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의하면서다.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20일 당원들에게 띄운 옥중 편지에서 “전 대표로서 부탁드린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면 혁신당 후보라고 생각하고 응원하고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비전과 정책 측면에서 두 당은 차이가 있지만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서 이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앞장서서 열렬하게 정권 교체를 위해 헌신하자”고 적었다.

혁신당은 지난 17일 전 당원 투표 결과 약 98%의 찬성으로 독자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혁신당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들의 의견은 반반이었지만, 당원 투표 결과가 후보를 내지 않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며 “유력 주자였던 조 전 대표가 사라진 상황 뿐 아니라, 대선에 드는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28일 김남국 당시 더불어민주연합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총선 필승 출정식에서 빵 모자를 쓰고 '몰빵'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28일 김남국 당시 더불어민주연합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총선 필승 출정식에서 빵 모자를 쓰고 '몰빵'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혁신당은 지난해 4·10 총선에서 12석의 의석을 확보한 원내 3당이다. 당시 혁신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틈새를 십분 활용했다. 준연동형제는 소수 정당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도록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해 비례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에 민주당의 지역구 몫은 건드리지 않고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구호를 외치며 민주당과 ‘우당(友黨)’관계 임을 거듭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외의 군소 정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아예 민주당의 위성정당(더불어민주연합)으로 입당해 총선을 치렀다.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위성정당에서 당선 가능권 순번에 배치 받는 등 혁신당과 다른 생존 방식을 택했다. 


국회 입성 방식은 달랐지만, 대선을 앞두고 이들도 혁신당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사회민주당의 유일한 의원인 한창민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기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넘어 실질적 연합 정치를 실현하겠다. 최대 연합을 형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역시 의원 1명(용혜인) 뿐인 기본소득당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대의원 대회를 열고 입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진보당만 지난 20일 유일하게 대선 후보를 확정했지만, 후보로 뽑힌 김재연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내란 세력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며 민주당과의 단일화 여지를 남겨 두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왼쪽부터),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상임대표 직무대행,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에 참석해 2차 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스1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왼쪽부터),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상임대표 직무대행,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에 참석해 2차 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스1

 
주요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거나 단일화부터 염두에 두는 상황에 이들 내부에서도 “당을 홍보할 기회를 걷어찼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온다. 군소 정당 소속 한 의원은 “대선은 승리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당의 정책 목표를 홍보할 좋은 기회”라며 “우리가 스스로 정당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군소 정당 소속 보좌관도 “시작부터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거면 차라리 합당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들이 본분을 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동당 의정정책실장을 지낸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게 진보 정당의 본분인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들이 민주당 주변에서 숟가락 얹을 궁리만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지역구를 몰아주고 비례 의석을 받은 것처럼,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밀어주고 공약을 받아내려는 ‘위성정당 시즌2’ 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다만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군소 정당들이 선거 비용 보전도 못 받고 소멸의 길로 접어드는 위험을 굳이 감수할 필요는 없다”며 “1등만 뽑는 선거인 대통령 선거에 현실적으로 정당이 명운을 걸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