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척 지나가라"…송도 주민 놀래킨 온몸 털빠진 동물, 너구리였다

지난 2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수변 산책로에서 '개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너구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수변 산책로에서 '개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너구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송도국제도시 도심 공원에서 털이 빠진 너구리가 발견돼 관할 지자체인 연수구가 조사에 나섰다.  

27일 송도 지역커뮤니티 카페에 따르면 연수구 달빛공원 인근 쓰레기처리장에서 털 빠진 너구리 3마리가 발견됐다. 이들 너구리는 머리와 꼬리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털이 빠진 채 앙상하게 마른 모습이었다. 연합뉴스도 지난 23·24일 오후 송도 모 고등학교 인근 수변 산책로에서 온몸에 털이 빠진 이들 너구리를 촬영했다.

너구리는 갯과에 속하는 잡식성 포유류다. 여우보다 작고 주둥이가 뾰족하고 꼬리는 뭉툭하다. 야행성 동물이지만 가끔 낮에도 숲속에 나타날 때가 있다. 모피는 주로 방한용 모자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연수구는 이들 너구리가 산림지 개발에 따라 도심 공원으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문홍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는 이들 너구리가 ‘개선충’에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사는 “과거 미지의 괴생물로 불린 ‘추파카브라’는 실제로는 개선충에 감염된 코요테였다”며 “너구리도 털이 빠지면 다른 생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구리는 단체로 생활하는 동물이라 한 마리가 감염되면 주변 다른 개체도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며 “개선충 감염은 각 개체와 주변 서식 환경 등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정동혁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사람 등 포유류도 개선충에 감염될 수 있으나 직접적인 접촉이 없다면 확산할 우려는 없다”고 했다.

지난 2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수변 산책로에서 '개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너구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수변 산책로에서 '개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너구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송도 도심 공원 너구리 출몰에 인천시설공단은 “가까이 접근하면 상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모른 척 지나가달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연수구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너구리 주요 출몰지에 광견병약을 살포해 질병을 예방하고 있다”며 “너구리를 구조해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보내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