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군함·상선, 파나마·수에즈운하 무료통행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군함과 상선이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해상 운송과 군사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 선박은 군함이든 상선이든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를 무료로 통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그는 이어 "그 운하들은 미국 없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이 사안들을 챙길 것을 요구해왔다고 덧붙였다.

2025년 2월 21일 화물선이 파나마 시티의 파나마 운하 코콜리 수문을 통과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2025년 2월 21일 화물선이 파나마 시티의 파나마 운하 코콜리 수문을 통과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파나마 운하는 세계 전체 해상 무역의 5%, 미국 컨테이너선 물동량의 40%가 처리되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해 건설한 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재임시절 파나마에 양도한 파나마운하의 통행료가 높다면서 계속 반환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취임 후 미 국무부에서 "파나마 정부가 앞으로 미국 정부 소유 선박에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파나마 측이 이를 곧바로 반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를 장악하기 위해서라면 군사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트럼프가 이처럼 파나마 운하에 대한 통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파나마 운하 화물 수송량의 21%를 차지한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파나마에 대한 금융 투자를 늘리고, 파나마 군 및 경찰과 밀착해 영향력을 키워왔다. 파나마의 5대 주요 항구 중 2곳은 중국 소유다. 

이에 최근 파나마를 방문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미국과 파나마가 협력해 운하를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파나마의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은 "1999년부터 파나마가 운하를 관리해 왔으며,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 정부의 통제 속에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 방문 당시에도 "미군을 순환 배치하고 군사 기지와 해군 비행장을 부활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파나마 측이 거절했다. 


다만 이날 올린 글에서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 '반환' 자체는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파나마 정부의 반대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을 고려해 트럼프가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려는 신호일지 주목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2025년 4월 8일 파나마 파나마시티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파나마를 방문하는 동안, 반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2025년 4월 8일 파나마 파나마시티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파나마를 방문하는 동안, 반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 수에즈 운하까지 언급하면서 세계 해상 수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천명했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주요 수로인 수에즈 운하는 1869년 후반부터 운영됐다. 전 세계 해상 무역의 12~15%가 통과하는 핵심 수로이자 미국 해군 군함이 정기적으로 통과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몇 달간 예멘의 후티 반군이 수에즈 운하를 오가는 선박을 계속 공격하면서 세계 무역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로 인해 선박들은 공격을 피해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쓰고 있다. 이집트는 지난해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운하 수입이 60% 감소하면서 70억 달러(약 10조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군은 수에즈 운하에서 후티 반군의 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2025년 4월 16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항해 중인 이집트 준설선. AP=연합뉴스

2025년 4월 16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항해 중인 이집트 준설선.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