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튄" 감색 정장-살색 스타킹…트럼프 부부 '교황 조문룩' 논란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색 양복이 구설에 올랐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서 앞줄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옷깃에 성조기 배지를 단 채 감색 정장과 감색 넥타이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이는 “바티칸 측이 앞서 참석자들에게 적용한 엄격한 복장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암비토 등 아르헨티나 매체가 짚었다.  

복장 규정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어두운 색 정장에 흰색 셔츠, 긴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해야 한다. 신발, 긴 양말 등은 검은색으로 통일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긴 검은색 드레스, 앞이 막힌 검은색 구두, 장갑, 그리고 베일 등을 착용해야 한다.

(첫 번째 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알렉산더 스텁 핀란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알라르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그의 부인 레티시아 왕비가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고인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을 참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첫 번째 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알렉산더 스텁 핀란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알라르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그의 부인 레티시아 왕비가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고인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을 참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란 넥타이와 정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파란 넥타이와 정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도 “검은색(참석자)과 붉은색(추기경)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표지판처럼 눈에 띄었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할 때 정장을 입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던 전력이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재조명되면서 비판이 거세졌다고도 전했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이후 정장을 입지 않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장례 미사에서도 검은 군복을 입었다.  

다만 일각에선 “‘감색 넥타이’는 문제 되지만, ‘감색 정장’은 공식적인 외교 의전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며 복장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건 아니다”라는 의견도 나온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이날 감색 넥타이를, 윌리엄 윈저 영국 왕세자도 남색에 가까운 색의 정장을 입었다.


(왼쪽부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2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왼쪽부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2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운데)가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도착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운데)가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도착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검은색 베일과 검은색 코트를 착용해 예우를 갖췄지만, 검은 스타킹 대신 밝은 살색 스타킹을 신어 지적을 받았다. AP통신의 사진 상으론 발의 핏줄이 뚜렷히 보이는 등 맨발 상태인 것으로도 보인다. 같은 줄에 앉은 레티시아 스페인 왕비는 검은 스타킹을 신어 대조되기도 했다.

각종 구설에 백악관 측은 즉각 반발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늘 그랬듯이 행사를 위해 완벽하게 차려입은 멋진 영부인과 함께, 멋지고 훌륭한 대통령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스티븐 정 백악관 공보국장도 “대통령과 영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봉사를 기렸다”며 “(참석에서 의미를 찾지 않고) 주의를 돌리려는 사람들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교황의 장례 미사에서 마틸드 벨기에 왕비(오른쪽)도 진주목걸이를 착용해 논란을 일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교황의 장례 미사에서 마틸드 벨기에 왕비(오른쪽)도 진주목걸이를 착용해 논란을 일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부부뿐만 아니라 마틸드 벨기에 왕비도 진주목걸이를 착용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빈소에서 머리를 숙이는 등 국가 이념 중 하나인 ‘라이시테’(공적 영역에서 종교를 배제하는 원칙)를 어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대통령은 교황의 빈소에 조문을 가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절차가 이날 마무리되면서, 내달 4일까지 9일간 애도 기간(노벤디알리)이 이어진다.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이르면 내달 6일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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