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돌변, 대뜸 푸틴 저격했다…"바티칸서 깨달음 순간 왔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티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단독 회동 직후 돌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경고를 날렸다. 젤렌스키와 설전을 벌이고 백악관에서 쫓아내다시피한 트럼프가 불과 15분짜리 회동으로 태도를 바꾸자, 외신들은 “트럼프에게 깨달음의 순간이 왔다”고 평과 함께 “또 다른 변덕”이라는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서 앞서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젤렌스키와 만났다. 별도 수행원 없이 서로 무릎을 맞대고 앉아 15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후 같은 장소에서 트럼프와 젤렌스키를 포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 등 4개국 정상이 모여선 모습도 포착됐다.  

트럼프는 같은날 트루스소셜에 “푸틴은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은행’ 또는 ‘2차 제재?’를 통해 (푸틴이 이전과는)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가 언급한 은행과 2차 제재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제외돼 국제금융거래에 제재를 받고 있지만, 최근 중국을 통한 우회결제망(차이나 트랙)을 구축하는 등 제재 회피 정황이 포착돼 추가 제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차 제재는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해 미국이 교역과 금융거래 등을 차단하는 제재를 뜻한다.  

교황 장례미사에 앞서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부터). EPA=연합뉴스

교황 장례미사에 앞서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부터). EPA=연합뉴스

 
외신들은 트럼프의 표변의 배경에 의아해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를 위해 모인 왕가, 외국 정상들, 추기경과 주교, 수천 명의 신도들이 모인 가운데 요르단강에서 세례받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자이크화를 배경으로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단 둘이서 소박한 의자에 앉아 마주한데 주목했다. 가디언은 “깨달음을 얻기에 적합한 순간”이라고 평했다.


CNN 역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서 이유를 찾았다. 트럼프는 원래 사우디아라비아를 2기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선정했으나, 교황의 선종으로 바티칸에 갈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트럼프가 유럽 정상들과 만나게 됐다는 것이다.  

프랑스어 알파벳을 기준으로 장례미사 좌석을 배치하면서 미국(États-Unis) 정상인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우군인 에스토니아와 핀란드 정상들 가운데 끼어 대화를 잠시 나눴다는 점을 눈여겨 보는 외신들도 있었다.

유럽 정상들과 장례미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유럽 정상들과 장례미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다만 트럼프의 변심이 지속될지에 대해 외신들은 의구심을 보였다. 가디언은 “당연히 이 모든 일은 허사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변덕스럽기로 악명높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전 평화협상의 근본 틀 자체가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안전보장과 함께 우크라이나 내 우방국 주둔, 동결 러시아 자산을 통한 피해 보상 등을 내걸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를 모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더타임스 역시 트럼프와 젤렌스키 회동 직후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과 가까운 인물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가 획득하도록 하는 트럼프의 계획은 확고하다”고 26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26일 트럼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으로 잃었던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를 완전 수복했다고 발표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화상 회의를 통해 “쿠르스크의 우크라이나군은 산산조각 나서 파괴됐다”며 “7만60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이 죽거나 다쳤다”고 푸틴에게 보고했다. 게라시모프는 또 이 과정에서 “북한 군인과 장교들은 우크라이나 습격을 격퇴하는 동안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 임무를 수행하면서 높은 전문성과 회복력, 용기, 영웅적 행동을 보여줬다”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첫 공식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