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상공회의소가 전임 회장이 제기한 ‘9억원대 변제금 반환’ 소송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전(前) 여수상의 회장이 ‘변제금’ 명목으로 거액을 입금한 후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자 변제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여수상의는 27일 “최근 임시 의원총회를 열고 변제금 관련 민사소송에 대해 대응 방침을 논의한 결과 참석의원 만장일치로 법적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변제금 관련 민사소송은 박용하 전 회장이 여수상의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말한다. 박 전 회장은 여수상의에 입금한 10억원 중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는 5000만원을 제외한 9억5000만원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지난 2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는 5000만원은 박 전 회장이 A 정치인과 그의 외곽조직에 후원한 돈을 말한다. 

10억원은 박 전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여수상의에 입금한 돈이다. 2022년 3월 ‘기부금’ 명목으로 2억원, 같은 해 10월 ‘변제금’ 명목으로 8억원을 입금했다. 박 전 회장 측은 “검찰 수사 등에 따른 압박을 줄이기 위해 여수상의 측에서 주장한 횡령액을 우선 ‘가변제’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박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기부금’ 명목의 2억원에 대해 “착오로 입금된 금액”이라며 “이 전 회장이 당시 ‘통 큰 기부를 하면 횡령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으나, 입금 후 바로 다음 달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과 여수상의와의 갈등은 3년 전 시작됐다. 박 전 회장은 2차례에 걸쳐 총 6년 임기를 마치고 뒤이어 취임한 이용규 전 회장(2021년 3월~2024년 3월) 측으로부터 2022년 4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전 회장 측은 “회계 서류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목적에 부합되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는 등 9억7000여만원 상당의 자금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박 전 회장의 횡령 의혹에 대해 ‘증거 불충분’ 명목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박 전 회장은 검찰의 무혐의 결정 등을 토대로 변제금 반환을 요구했다. 박 전 회장 측은 “변제금을 돌려받아 도움이 필요한 지역사회에 쓰이도록 하고자 한다”며 “개인적인 용도로 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수상의 측은 “줄 때는 안 받고, 뒤늦게 내놓으라고 한다”라는 입장이다. 박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던 2023년 5월 여수상의는 “사전에 협의 없는 변제금은 받지 않겠다”며 기부금 제외한 변제금 명목의 8억원을 법원에 공탁했지만, 박 전 회장 측은 찾아가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3월 취임한 한문선 현(現) 회장이 변제금 8억원을 받아들이고, 이에 상응하는 소 취하 및 처벌불원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여수상의 관계자는 “여수상의가 수차례 소 취하와 처벌불원을 요청해 불기소 처분을 끌어냈다”며 “이런 조치가 분명히 불기소 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이제 와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식의 주장은 진실을 외면하는 행태”라고 했다. 박 전 회장 측은 "불기소 결정이 나온 것은 죄가 없다고 보는 것이므로 돈을 돌려받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