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4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양측은 협의 후 기념주화를 선물로 주고받았다. 한국 측은 조선업을 상징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거북선 문양이 새겨진 '한국의 주력산업과 경제발전 기념주화'를 미국 측에 건넸다. 사진은 한국의 주력산업과 경제발전 기념주화.연합뉴스
먼저 배를 지을 숙련된 인력이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미 노동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조선소 인력이 2차세계대전 때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 조선소에선 100만 명 넘는 인력을 고용했는데, 1980년대 이후로는 조선업 종사자가 20만명을 넘은 적이 없다. 청년 노동력 유입도 없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조선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폐합했기 때문이다.

조선업 행정명령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 필리조선
미국 내에 선박 기자재 공급망이 약화한 점도 문제다. 조선소 주변에는 철강·엔진 등 필수품을 공급할 공급망뿐 아니라 효율을 위해 굳이 조선소가 만들지 않아도 될 부품을 쉽게 조달할 업체 등 포괄적인 공급망이 필요하다. 미국 조선업은 이런 생태계 전반이 무너졌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 7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소 헌팅턴잉걸스와 건조 생산 효율을 높이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고 미국 대표 방산 기자재 업체와도 현지 공급망 협력 MOU를 맺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HD현대와 헌팅턴 잉걸스는 7일(현지 시간) '선박 건조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구선사업대표(오른쪽)과 브라이언 블란쳇 잉걸스 조선소 사장이 참석했다. 사진 HD현대
한국 조선업계에 리스크(위험)가 작지 않은 만큼 향후 정부간 협상 내용이 중요하다. 기대를 모았던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수리(MRO) 사업의 경우 올해 들어서는 수주 소식이 아직 없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은 지난 21일 열린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서 “국내 여러 조선사들이 미국 함정 MRO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상황인데, 자칫 저가 수주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국내 조선소 협의체가 미 해군 MRO를 일괄 수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호중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현재는 군수지원함 MRO만 가능한데, 향후 군함 MRO까지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간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