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은 100명 줄" "온라인은 유심예약 먹통"…SKT 이용자 대혼란

서울 관악구에 사는 SK텔레콤 가입자 이모(39)씨는 28일 오전 집에서 가까운 SK텔레콤 대리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찾아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미 100명 가까이 줄이 늘어서 있어서다. 이씨는 2시간 30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유심을 교체할 수 있었다. 이씨는 “몇 년 전 KT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SKT로 갈아탔지만,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다행히 유심을 바꿀 수 있었지만, 바로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재고가 없어 교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유심 교체를 위해 서울 시내 한 대리점을 찾은 고객들. SK텔레콤은 이날 오전부터 전국 대리점에서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실시했다. 장진영 기자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유심 교체를 위해 서울 시내 한 대리점을 찾은 고객들. SK텔레콤은 이날 오전부터 전국 대리점에서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실시했다. 장진영 기자

 
유심 정보 해킹 사태로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 지원을 시작한 첫 날, 곳곳에서 대혼란이 일어났다. 해킹 불안감에 화가 난 이용자들 일부는 집단 행동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온·오프라인 모두 마비

SKT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SKT 이용자라면 누구나 유심(eSIM 포함)을 무료로 교체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유심을 교체하려는 이용자가 몰리면서 오프라인 현장과 온라인 모두 ‘마비’ 상태에 빠졌다. SKT는 오전 8시30분부터 ‘유심 무료 교체 온라인 예약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지만 예약 신청을 위한 고객 접속이 몰리면서 접속 장애가 빚어졌다. SKT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유심 교체 건수는 23만건, 유심 교체 예약 누적 건수는 263만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누적 건수는 714만건으로 집계됐다.

SKT 유심 무료 교체 온라인 예약 시스템 화면. SK텔레콤 홈페이지 캡처

SKT 유심 무료 교체 온라인 예약 시스템 화면. SK텔레콤 홈페이지 캡처

 
일부 이용자들은 ‘SKT 유심 해킹 공동대응’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사안에 대한 직접적 대응에 나섰다. 이 사이트에선 ‘SKT 유심 해킹 사건 관련 국회 국민동의 청원 및 집단소송 관심도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엔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도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2만3000명 이상(28일 오후 4시 기준)이 가입했다. 이 카페는 집단소송 참여자를 모집하는 한편, SKT 불매운동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T 집단소송 카페. 네이버카페 캡처

SKT 집단소송 카페. 네이버카페 캡처

 


가입자 대량 이탈도 발생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해킹 사태가 공개된 이후인 지난 26일 SKT 가입자 1665명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KT로 바꾼 가입자가 1280명, LG유플러스로 바꾼 가입자가 385명이다. 한주 전인 지난 19일(102명)과 비교하면 16배 늘었다. SK텔레콤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다른 통신사에서 자사로 이동하는 고객에게 큰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제품 갤럭시 S25는 다른 통신사에서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 시 현금 완납 기준 5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유심 교체 비용에 보상금까지 부담할듯

SKT는 이번 사태로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심 교체 비용이 있다. 유심 원가는 3000~5000원대인데, 추산하면 SKT 가입자 약 2500만명(알뜰폰 가입자 포함) 유심 교체 비용은 7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과징금 등이 부과될 수도 있다. 2023년 LG유플러스는 해킹 사건으로 3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됐을 때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 68억원, 과태료 2700만원을 부과받았다. 집단소송이 걸릴 경우 보상금을 낼 수 도 있다. 해외사례를 보면 2021년 미국 통신사 티모바일은 7600만명 가입자 정보가 유출된 사고에서 당시 피해자 한 명당 최대 2만5000달러(약 2800만원)를 보상했다. 

비용 부담이 커짐에 따라 SKT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전환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SKT는 AI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3928억원을 썼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더 큰 만큼 과징금과 과태료 규모도 크게 늘 것”이라며 “AI 투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태가 커지면서 SK텔레콤의 주가는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에서 SK텔레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5% 하락한 5만 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T는 1.79% 상승한 5만 1100원, LG유플러스는 3.75% 오른 1만 191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