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AI메모리반도체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기재부를 둘로 나누는 방향은 당내 공감대가 이뤄져서 유력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도 전날 후보 수락연설 뒤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가 경제 기획을 하면서 한편으로 재정을 컨트롤 해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상당하다. 저도 일부 공감한다”면서 “(기재부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있어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이 대표의 말을 이어받듯 28일 국회에서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를 열고 ‘기재부 쪼개기’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기재위원들에 따르면, 기재부를 기획·예산 기능과 재정 등 나머지 기능으로 나누는 방안이 이 후보 공약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자는 것이다.
다만 기획·예산 기능 조직을 기획예산처처럼 국무총리 아래 조직으로 둘 건지, 대통령비서실 내 조직으로 둘 건지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기획·예산 기능 조직을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안과 총리 아래에 두는 안 중 특별히 무게가 있는 안이 어떤 것이라고 아직 말하기 힘들다”며 “이 후보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한 민주당 기재위원은 “대통령실에 두는 안은 소수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기재부 개편에 수반할 수밖에 없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개편도 논의중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기재부 개편과 금융위, 금감원 개편은 세트”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유력한 방안은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예산 기능을 덜어낸 재정경제부로 옮기고, 기존 금융위는 감독 기능 중심의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금융 정책 관할 부처가 기재부(국제금융)와 금융위(국내금융)로 나뉘어 있고, 금융 감독 기능이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이원화돼 있어 비효율적인 데다, 금융위가 금융 정책과 감독 정책을 동시에 수행하다보니 감독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다만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국내금융 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옮기면 너무 권한이 커져 모피아(마피아+재무 관료) 논란이 또 나올 수 있어 조심스런 목소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원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정책 파트를 떼내는 방안도 심도있게 다뤄지고 있다. 이 후보는 2022년 대선 때도 기후에너지부(산업부의 에너지와 환경부의 기후탄소 업무 통합) 신설을 공약했다. 특히 이 후보가 인공지능(AI)을 신성장 동력으로 보는 만큼 전력 확보 등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은 더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통상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산업부의 통상 기능을 떼내어 독립시키는 방안도 제기되지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여러 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제 부처 중엔 기재부 산하 통계청을 총리실 산하 통계처로 재편하는 방안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AI메모리반도체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조만간 당 정책위로부터 정부조직 개편안을 포함한 공약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정책위가 준비한 안과 외곽 싱크탱크 등이 건의한 정책을 아우른 내용이다. 이 내용을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가 검토한 뒤 이 후보가 선택하면 최종 공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