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9일 정부가 제출한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15조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이틀 연속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침체된 내수 증진 차원에서 재정 투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반대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예상됐지만 계속 꺾이더니 1분기에 마이너스까지 기록했다”면서 “내란의 충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이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월 중순부터 15조원이나 20조원 추경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올 2분기 들어서야 늑장 추경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사하는 종합정책질의 등을 위해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당 황정아 의원은 “12조원의 추경으론 고작 0.1%의 경제성장 효과만 볼 수 있다”며 “1% 성장률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추경 확대를 요구했다. 황 의원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증액과 관련해서도 “민생에 온기를 불어넣을 민생지원금이 꼭 필요한 상태”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추경안 예비심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표 정책으로 꼽히는 지역화폐 예산 1조원 증액 안건을 단독 의결했다.
이날 예결위에서 국민의힘은 지나친 확장 재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종욱 의원은 “재정으로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나 무디스가 지난해부터 민주당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 문구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조승환 의원은 “올해 전체 예산(673조원) 중 의무 지출 같은 경직성 경비를 빼면 (가용 예산이) 90조원”이라며 “이번 추경액은 이 예산의 약 13.5%로 (민주당이 주장하는) ‘찔끔 추경’과는 다르다”고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의힘 입장에 동조했다. 최 부총리는 “산불 재난이 최대 규모로 있었고, 예상치 못했던 미국 통상 관련 부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추경을 편성했다”면서도 “추경의 규모보다는 내용과 그 효과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해외건설 1조 달러 수주 및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행보를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한 대행은 민생을 책임져야 할 자리는 비워두고 출마 명분 쌓기와 대권 놀음에 몰두하고 있다”며 “더 이상 국정을 본인의 대권 놀음에 활용하지 말라”고 했다. 반면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후보는 8개 사건에 12개의 죄목으로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며 “남의 눈의 티끌은 보여도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딱 여기에 맞는 말”이라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마사회장 인사의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마사회장이 지금 뭐가 그렇게 급하냐”며 “(인사 절차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도 “김회선 전 새누리당 의원이 (신임 마사회장으로) 거론되던데 가장 전문성 있는 사람이 맞느냐”고 따졌다.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사하는 종합정책질의 등을 위해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마사회장에) 가장 전문성 있는 사람을 제청하려고 한다. 전문성이 없으면 제청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지난 25일 마사회장 최종 후보자를 비공개로 의결했다. 송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권한대행)이 최종 임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