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1위일 줄 알았는데…흔들리는 '선발 왕국' 다저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LA 다저스 마운드가 흔들리고 있다.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33)에 이어 또 다른 선발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32)마저 부상으로 쓰러졌다. 

부상으로 이탈한 타일러 글래스노우. AP=연합뉴스

부상으로 이탈한 타일러 글래스노우. AP=연합뉴스

MLB닷컴은 29일(한국시간) "다저스 구단이 글래스노우를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원인은 오른쪽 어깨 염증"이라고 전했다. 글래스노우는 전날(28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2회를 앞두고 어깨 통증을 호소해 즉시 교체됐다. MLB닷컴은 "어깨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지만, 당장 경기에 나설 수는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저스 입장에선 날벼락이다. 이미 올 시즌 새 에이스로 야심차게 영입한 스넬이 지난 3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을 끝으로 전열을 이탈했다. 스넬은 그 후 치료를 마치고 서서히 공을 던지기 시작했지만, 최근 통증이 재발해 다시 복귀 준비를 멈췄다. 오른팔 전완부 통증으로 빠진 마무리 투수 블레이크 트레이넨도 마찬가지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스넬과 트레이넨은 현재 투구를 중단한 상태"라고 했다. 여기에 글래스노우마저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게 됐다. 그는 2016년 빅리그 데뷔 후 매년 부상자 명단에 올라 '유리몸'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올 시즌에도 불명예 징크스는 어김없이 이어졌다. 

 
다저스 선발진은 올 시즌 양적·질적으로 적수가 없어 보였다. 다저스는 지난해 12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스넬과 5년 총액 1억8200만 달러(약 2542억원)에 사인했다. 이어 지난 1월엔 일본인 투수 사사키 로키(24) 영입전에서 최종 승리했다. 사사키는 지난해 시속 165㎞의 광속구를 던져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고 구속을 갈아치운 '괴물' 투수인데, 25세 이하라 FA가 아닌 '국제 아마추어 선수'로 분류됐다. 다저스는 다른 A급 선수에 턱없이 못 미치는 650만 달러(약 95억원)를 들여 사사키를 낚아챘다.

부상으로 이탈한 블레이크 스넬. AP=연합뉴스

부상으로 이탈한 블레이크 스넬. AP=연합뉴스

다저스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다저네이션은 당시 "스넬-오타니 쇼헤이-야마모토 요시노부-글래스노우-사사키로 이어지는 세계 최강 선발진이 완성됐다. 어쩌면 MLB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선발 로테이션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반겼다. ESPN은 이들 외에도 클레이튼 커쇼, 토니 곤솔린, 보비 밀러, 더스틴 메이가 '예비 리스트'에 포진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다저스가 6선발 체제를 가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실은 장밋빛 전망과 크게 달랐다. 스넬은 2경기만 던지고 개점휴업 상태다. 글래스노우는 다시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빅리그 첫 시즌을 치르는 사사키는 초반 적응에 애를 먹다 최근에야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의 투수 복귀도 기약이 없다. 그는 2023년 9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는데, 구단은 재활 과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선발진 사정이 좋지 않아도 오타니를 서둘러 마운드에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상가상으로 '리빙 레전드' 커쇼와 곤솔린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다음달에야 복귀할 수 있다. 선발진 중엔 9년 3억2400만 달러를 받은 야마모토만 6경기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1.06으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MLB닷컴은 "다저스 불펜진은 빅리그에서 가장 많은 121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반면 선발진은 올 시즌 빅리그에서 가장 적은 124와 3분의 2이닝만을 책임졌다"고 지적했다. 

'절대 1강'으로 꼽혔던 다저스는 현재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다투고 있다. 29일까지 19승 10패로 공동 1위. 3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7승 11패)의 추격도 매섭다. MLB닷컴이 이날 발표한 4월 4주 차 MLB 파워랭킹에선 개막 후 처음으로 뉴욕 메츠(20승 9패)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왔다. 설상가상으로 다음달 3일부터는 원정 10연전이라는 '죽음의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는 6월 14일부터 시즌 첫 3연전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