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지난 28일 오후 발생한 산불의 최초목격자인 권모(63·노곡동)씨가 29일 낮 12시 자신의 밭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지난 28일 오후 2시 1분쯤 노곡동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의 최초 목격자인 권모(63·노곡동)씨의 말이다. 29일 낮 12시 산불발화지점 아래 밭에서 만난 권씨는 “경북에서 지난달 발생했던 대형 산불 피해가 떠올랐다”며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불길이 내려오는 게 보였고, 대피문자를 받자마자 급히 대피했다. 다시 돌아와보니 밭과 비닐하우스 등 큰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29일 낮 12시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 아래 밭. 산불 최초 목격자와 신고자가 이곳에서 밭일을 하다가 멀리 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발견했다. 저 멀리 산이 검게 그을려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29일 낮 12시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 농로를 따라 걷다가 좁은 산길을 타고 올라가면 발화예상지점이 나온다. 불길은 산 초입까지는 내려오지 않았다. 대구=백경서 기자
아직 곳곳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인근에는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작업의 흔적도 보였다. 여러 개의 묘지와 비닐하우스도 있었다. 권씨는 “산악자전거를 타러 많이 오고, 주민이나 등산객도 들락날락한다”며 “충분히 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북구에서는 전날 산불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발화 지점을 확인했으나 담배꽁초 등의 실화 흔적을 찾지 못했다. 북구 관계자는 “산불 발생 소식을 듣고 발화 지점까지 올라가서 조사했으나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며 “소나무 재선충 방제 작업의 경우 발화지점 일대에선 이날 이뤄지지 않았고, 1㎞ 정도 떨어진 산속에서 작업이 있었으나 작업자조차 산불이 난지 몰랐을 정도로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29일 낮 12시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 농로를 따라 걷다가 좁은 산길을 타고 올라가면 발화예상지점이 나온다. 인근에는 소나무재선충 방제 작업장, 비닐하우스, 밭 등이 있으며 북구에 따르면 이날 여기서 소나무재선충 방제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구=백경서 기자
대구시는 산불 원인을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다. 대구시는 지난 1일부터 산불이 난 함지산을 비롯한 지역 전역의 산에 대해 입산 통제 조치 중이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농로를 타고 좁은 산길을 들어가는 것까지 공무원을 배치해 감시하는 건 여건상 어렵다”며 “만약 산불 용의자가 검거되면 입산 통제 구역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과태료 처분 등 처벌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함지산 산불은 발생 23시간 만인 이날 오후 1시 진화됐다. 이번 산불의 산불영향구역은 260㏊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재산 피해는 조사 중이다. 다만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