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출마설’ 한덕수에 “경기장 관리자가 슛? 망상 버려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마지막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마지막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대선 출마가 임박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비판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총리는 12·3 내란을 막지 않은 공범이자 위헌적 월권으로 윤석열을 비호한 내란수괴 대행이었다”며 “대선 출마 망상을 버리라”고 했다. 박 대행은 “한 달 남은 대선과 국정을 관리해야 할 총 책임자가 기어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제2의 내란을 획책하는 하수인이라는 국민적 심판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경기장 관리자가 뛰어나와서 페널티킥 하겠다고 나선 격이지만 차라리 잘 됐다”며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에게 국정과 대선 관리를 맡기느니 선수로 뛰다가 퇴장당하도록 하는 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은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이날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데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지난 17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헌재법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대행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시킨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아무 근거도 없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위법, 권한대행의 위법을 바로잡기 위한 법률 개정을 거부한 만용, 국민과 국가를 내팽개치고 대선에 출마하려는 오만을 국민이 일거에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해외건설 1조 달러 수주 및 60주년 기념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해외건설 1조 달러 수주 및 60주년 기념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민주당 일각에선 한 대행 출마가 대선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한덕수 본인도 패배를 알면서 출마하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을 텐데, 정당에 들어가야 조금이라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치에 뛰어드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다만 한 중진 의원은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해야 국정 초반 동력이 실리는데, 한 대행 출마로 인해 혹시라도 박빙 대선이 펼쳐지게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했다.  

민주당 대표 출신인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한 대행에 대해 “국민이 불러냈다. 안 나갈 수 없게끔 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한 대행과 손을 잡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그럴 리 없다고 믿는다”면서도 “무엇인가에 혹해서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세력들도 결국 국민으로부터 차갑게 외면당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