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유승민 절친' 권오을 영입…유승민에도 러브콜?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 중앙포토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 중앙포토

 
권오을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권 전 의원은 이날 경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고 합리적 보수까지 포용하는 중도·보수 정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구상과 정책 비전에 적극 공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15~17대 의원을 지낸 그를 영입함으로써 중도·보수 진영으로의 외연 확장 효과를 노리고 있다. 특히, 그가 유승민 전 의원과 인연이 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은 경북고(57회) 동기로 유 전 의원 등이 주축이 돼 창당한 바른정당에서 권 전 의원은 최고위원을 지냈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권 전 의원은 유 전 의원과 관련한 이 후보 측근의 요청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권 전 의원에게 “유 전 의원 같은 분도 우리랑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지 않겠나”라며 넌지시 가교 역할을 요청했다. 하지만 권 전 의원은 “그런 말씀을 하는 건 유 전 의원과 오랜 친구 사이인 저한테 결례다. 영입하고 싶다면 직접 하셔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2018년 3월 9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동서화합한마당에서 유승민, 박선주 공동대표 등이 포옹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운천 의원, 권오을 전 의원, 유-박 공동대표, 주승용 의원, 하태경 의원. 연합뉴스

2018년 3월 9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동서화합한마당에서 유승민, 박선주 공동대표 등이 포옹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운천 의원, 권오을 전 의원, 유-박 공동대표, 주승용 의원, 하태경 의원. 연합뉴스

 
권 전 의원 영입을 두고 민주당 일각에선 “사실상 유 전 의원을 향한 러브콜”이란 해석이 나왔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의원은 “권 전 의원 영입 배경엔 유 전 의원과의 연대라는 더 큰 그림과 기대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후보 캠프는 권 전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보수 성향 인사의 영입을 속속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를 움직이려면 더욱 상징적 인물이 필요하단 취지다.

권 전 의원을 향한 이 후보의 영입 시도는 2022년 대선 때도 있었다. 이 후보와 권 전 의원 모두 안동 출신으로 권 전 의원은 고향에서 금배지도 달았다. 그런 인연으로 이 후보가 권 전 의원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당시 권 전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에 나선 유 전 의원을 도우면서 이 후보 요청을 고사했다.

권 전 의원은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이 후보 측 인사들로부터 재차 영입 제안을 받았다. 고심하던 권 전 의원은 지난 2월 유 전 의원이 대선 불출마를 최종 결심하자 이 후보 측 제안을 수용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가 12일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해 부모 선영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가 12일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해 부모 선영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공식적으론 권 전 의원의 영입을 유 전 의원 영입과 연결짓지는 않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유 전 의원 영입은 당내에서 정식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 전 의원은 이 후보의 고향 안동을 공략하기 위해 모신 것”이라며 “권 전 의원은 안동 권씨(安東 權氏) 후손인 데다 8남매 대부분이 안동에 거주해 지역 내 영향력이 있다. 이번 대선에선 안동에서 적어도 ‘30%의 벽’을 넘어서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안동에서 29.13%를 득표했다. 경북 시·군 중에선 가장 높은 득표율이었지만 당초 기대엔 못 미치는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