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 뛰는 사장님’이 올 1분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본업인 자영업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팍팍한 탓에 추가 수입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차준홍 기자
자영업자 비중은 역대 최저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에 전년 대비 0.1% 감소한 뒤 2021년 한 번 반등했다가 2022~2024년 3년 연속으로 줄어들고 있다.
부업을 하는 자영업자는 2020년부터 매년 증가 추세다. 실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의 부업 관련 정보 중에는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나 대리운전, 무인점포 등에 관한 게시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음식점 저녁 장사를 하는 B씨는 “가게 문을 열기 전, 문 닫은 후에 각각 2시간가량 전기자전거로 배달 일을 한다”며 “하루 3만원 정도 버는데, 오토바이로 바꾸면 더 나을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했다. C씨는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가게를 열고 밤 12시부터 아침 9시까지는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는 생활을 주 7일 하고 있다”며 “월 300만원 이상은 벌린다”고 했다.

지난 2월 서울 시내에서 배달원이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 뉴스1
소득 대비 빚이 많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지난해 4분기 상승 전환해 344.5%에 달했다. 자영업자가 연 소득의 3.4배 규모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가 아닌 사람의 LTI 220%보다 한참 높은 수치다. 그만큼 대출이자로 나가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외식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반면, 임대료·전기요금·인건비 등 각종 고정 비용은 급증한 것도 투잡 사장님을 늘리는 요인이다.
통계 밖에 숨어있는 ‘N잡러(여러 일을 하는 사람) 사장’까지 감안하면 15만명을 넘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많은 자영업자가 자기 사업을 하면서 음식 배달 등 개인사업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데, 통계청은 본업과 부업이 모두 ‘자영업(사업)’일 경우 부업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A씨 사례처럼 임금을 받는 경우는 부업으로 집계되고, 별도 개인사업으로 배달·택배 등을 하는 수많은 자영업자는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당장 시급한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영업자가 공과금이나 보험료로 쓸 수 있는 최대 50만원의 ‘부담경감 크레딧’ 사업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포함해 추진할 방침이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장에서 사용한 카드 소비 증가액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상생페이백’도 추경 사업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자영업자 지원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영업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5%)을 웃돈다. 과포화 상태에 이른 자영업에 무조건식 지원은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자영업자는 경제적 여유가 거의 없는 상황이므로 정부의 선별적인 재정 지원이 들어가면 내수 보강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수익성 없이 정부 지원만으로 살아남는 자영업자가 없도록 단계적인 퇴출을 유도하면서, 재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