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릉숲 국립수목원에서 눈주목 일부가 고사해 잎이 갈색으로 변하는 피해를 입었다. 국립수목원 제공
28일 경기 포천시 광릉숲에서 만난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최근 식물들의 이상 신호가 심상치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신록(新綠)이 우거진 숲속에서 마치 염색을 한 것처럼 갈변한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광릉숲 국립수목원에서 주목이 고사해 잎이 갈색으로 변하는 피해를 입었다. 국립수목원 제공
500년 국내 최대 산림 보고…기후변화 연구 활발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이 광릉숲 일대를 바라보면서 숲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지난해에만 44만 명이 찾을 정도로 수도권의 대표 숲으로 자리 잡은 이곳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연구 가치도 뛰어나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의 계절 현상을 관측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36종 가을에 불시개화…봄 개화도 뒤죽박죽

지난해 10월에 국립수목원에 불시개화한 라일락. 국립수목원 제공

김경진 기자
김동학 국립수목원 연구사는 “2009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 개화 시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원래대로라면 순서대로 펴야 할 식물들이 동시에 피거나 순서가 역전되는 현상이 국립수목원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일부 희귀 식물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남부지방에 분포하는 매미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반도 특산식물인 매미꽃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개화기가 40년 동안 2주 정도 앞당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조용찬 국립수목원 연구사는 “매미꽃 같은 특산식물은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붕괴되고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NA 연구로 개화 예측 “숲에서 공존 방법 찾을 것”

광릉숲이 있는 국립수목원 전경. 천권필 기자
식물의 RNA(리보핵산)를 기반으로 꽃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임 원장은 “수목원 연구를 통해 식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