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만 넘치고 결함 많은 영웅들의 매력으로 승부...마블 새영화 '썬더볼츠*'

영화 '썬더볼츠*'의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썬더볼츠*'의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투지는 하늘을 찌르는데 팀원은 온통 하자투성이다. 초능력도 없고, 어딘가 모두 불완전하다. 이들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어벤저스가 없는 지구에서 인류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여긴 마블 팬들은 영화 '썬더볼츠*'가 펼칠 세계에 대해서도 믿음 반, 의심 반이었다. 그러나 지난 30일 개봉한 마블 스튜디오 신작 '썬더볼츠*'가 기대를 뛰어넘는 재미와 볼거리로 돌아와 관객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영화는 캐릭터의 내면에 집중하면서도 이를 담백하게 풀고, 마블만의 유머를 내세웠으며, 리얼리티를 살린 액션으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썬더볼츠*'는 어벤저스가 사라진 후, 세계 최대의 위협과 마주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전직 스파이, 암살자, 살인 청부 업자 등이 한 팀이 돼 좌충우돌하며 함께 목표를 이루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오합지졸(烏合之卒)이란 사자성어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말. 각 캐릭터는 능력도, 자신감도 별로 없고 서로 신뢰하지도 않고 애정도 별로 없다. 이렇게 모두 아슬아슬한 인생들을 통해 뜻밖의 공감을 자아내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의 명을 받아 옐레나(플로렌스 퓨)는 매일 미션을 수행하는 삶을 살지만, 마음은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다. 친언니처럼 따르던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죽음 이후 살아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채 그저 하루하루를 버틴다. 발렌티나로부터 미션을 받고 간 장소에서 옐레나는 뜻하지 않게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 고스트(해나 존-케이먼), 정체 모를 밥(루이스 풀먼)을 만나며 발렌티나가 자신들을 제거하려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을 위협하는 장소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투지만 넘치고 하자가 많은 팀 '썬더볼츠*'.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투지만 넘치고 하자가 많은 팀 '썬더볼츠*'.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영화 '썬더볼츠*의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영화 '썬더볼츠*의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센트리'라는 이름을 얻은 밥의 활약도 극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센트리'라는 이름을 얻은 밥의 활약도 극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우선, '썬더볼츠*'는 탄탄한 각본으로 각 캐릭터의 서사를 단단하게 구축한 점이 가장 돋보인다. 옐레나 뿐만 아니라 아내와 자녀를 떠나보낸 존 워커, 한물간 영웅 레드 가디언(데이빗 하버)도 각각 안타까우면서 애틋함을 자아낸다. 임상시험을 거쳐 전능한 존재로 거듭난 밥(루이스 풀먼)의 어두운 내면은 이들에게 가장 큰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CG 없는 리얼 액션 촬영으로 시각적인 재미를 더한 것도 몰입도를 끌어올린 중요한 요소다. 특히 옐레나 역의 플로렌스 퓨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초고층 빌딩 메르데카 118 빌딩에서 낙하 장면을 찍기 위해 직접 뛰어내렸다. 메르데카 118 빌딩은 높이 679m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옐레나 역을 맡은 퓨는 이번 영화에서 헝클어진 머리, 매력적인 저음의 목소리, 절도 있는 액션과 절제된 감정 연기로 스타 캐릭터로서의 자질과 매력을 발산했다. 


연출은 TV시리즈 '성난 사람들' 로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8관왕을 휩쓴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이 맡았다. 슈레이어 감독은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캐릭터들이 팀이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계 연출가 이성진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는 등 한국계 스태프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그 중 해리 윤 편집감독, 그레이스 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지난달 30일 줌 인터뷰를 통해 한국 기자들과 한 인터뷰애서 영화의 전체 흐름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지휘한 슈레이어 감독의 역량을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해리 윤 편집감독은 "슈레이어 감독은 굉장히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현장을 이끈다"며 "카메라 무브먼트를 통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훌륭한 감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썬더볼츠*'에 참여한 정말 유니크한 경험은 봉준호 감독님이 작업하는 것처럼 현장에 편집자들이 함께 있었다는 것"이라며 "매일 매일 촬영장에 거의 리얼 타임으로 편집을 하는 식으로 작업했다"고 전했다. 

그레이스 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슈레이어 감독은 어떤 식으로 서사를 추진할 것인지 아주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쇼트에 대한  설계, 공간의 흐름 등 본인이 정확하게 알고 스태프들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레이스 디자이너는 "공간 설계도 서사와 캐릭터의 스토리텔링에 매우 중요했다"면서 "영화 초반에 이들이 힘을 합쳐 지하에서 위로 올라오는 장면은 이제는 대중 앞에 서고 빛이 있는 곳으로 나아간다는 설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들은 캐릭터의 내면을 조명하며 서사를 구축하고,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린 액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레이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썬더볼츠*'의 히어로는 수퍼 히어로가 아니라 땅 위를 걷고 있는 이들"이라며 "시각적으로도 이전과 달리 조금 더 친밀한 영화로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해리 편집감독은 "고전적인 마블 영화가 선악의 대결 구도였다면 라기보다는 '썬더볼츠*'는 고통 대 치유의 구도로 간 게 다른 점"이라며 "이들이 힘을 합쳐 빌런과 맞서 싸우는 과정이 개개인의 치유 여정으로 그렸다"고 전했다. 

한편 '썬더볼츠*'는 옐레나의 어린 시절 축구팀 이름이다. 이겨본 전적이 없는 이 팀의 이름은 부족한 게 많은 히어로들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