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PGA 투어 CJ컵에서 만난 유용욱 바베큐 연구소 유용욱 소장. 성호준 기자
8년이 지나 그는 또다시 CJ컵 컨세션 텐트에 있다. 장소가 제주도가 아니라 미국 텍사스이고 일반 갤러리용 부스가 아니라 VIP용 대형 텐트인 것이 달랐다. 결정적 차이는 그가 일하러 온 게 아니라 요식업계의 거물이 되어 손님으로 초대된 거였다.
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CJ컵에서 만난 ‘유용욱 바베큐 연구소’ 유 소장은 “8년 전 제주도 대회장에서 일할 땐 내가 텍사스의 VIP 텐트에 오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웃었다.
유용욱 과장은 제일제당에서 2020년 퇴사하고 취미로 하던 바비큐 식당을 열어 대성공했다. 그의 레스토랑은 요즘 한국에서 가장 예약하기 힘든 곳 중 하나다. CJ가 대회와 비비고 컨세션 운영 등을 보고 자문도 하고 프로암 라운드도 하면 어떻겠냐고 초청했다고 한다. 유 소장은 “텍사스는 바비큐의 본고장이고 미국 시장에 도전할 예정이어서 나에겐 매우 의미 있는 방문”이라고 했다.
-원조 격인 텍사스 바비큐는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간이나 향 등 선이 굵다. 후추도, 소금도, 훈연향도 되게 강했다. 한국 사람들 입맛엔 매일 먹고 싶고 맛은 아니다. 나도 처음에 지향하던 게 이런 미국 남부식 바비큐였는데 미국에서 한국적 터치를 한 서양 음식에 영감을 얻은 후 간장 등을 많이 쓰면서 약간 한국식으로 바꿨다. 그게 잘 됐다.”
-바비큐 연구소장으로서 완벽한 바비큐의 조건은 뭔가.
“완벽한 걸 찾는다면 기술적인 게 아니라 철학적인 문제다. 내 음식의 철학은 ‘맛있고, 배부르게’다. 맛있으면서 배가 부르게 느껴졌다면 완벽한 바비큐, 완벽한 음식이다.”

텍사스 주 댈러스의 TPC 크레이그 랜치 골프장에 설치된 한식을 포함한 음악, 뷰티 등 한국 문화 매력 체험 공간 '하우스 오브 CJ'에 온 갤러리. 사진 CJ
-배부르면 살찌지 않나.
“먹는 건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다. 나는 여행 가면 그 동네 맛있는 음식 다 먹어본다. 하루 대여섯 끼를 먹는다. 대신 한국에 돌아가면 하루에 한 끼만 먹거나 간헐적 단식도 한다.”
-CJ를 그만두고 CJ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우연인가.
“공채로 입사해 처음엔 제약 영업부터 했고 주 업무는 마케팅이었다. 내 업무는 음식 만드는 게 아니었으며 바비큐는 철저히 취미였으니 우연이다.”
-친정과 지나친 밀착관계 아닌가.
“사직할 때 아버지가 멀쩡한 대기업 왜 그만두냐고 여러 번 만류하셔서 회사에 대한 미련이 있다. 나인브릿지에 부스 만들면서 관청 허가 받은 것을 포함, CJ에서 일하며 배웠던 것들이 독립해 사업을 할 때 다 도움이 됐다. 만약에 CJ에서 일 안 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한식 세계화는 잘 되고 있는 건가.
“‘덤플링’이 아닌 ‘만두’를 미국 사람들도 알고 있다. CJ가 노력한 결과다. 나도 한국인이 다시 재해석한, 불과 나무를 주제로 한 바비큐라는 요리를 미국에도 보여주고 싶다.”
-골프 대회장에서 마케팅해 본 사람으로서 이번 대회는 어떤가.
“로고 같은 장식물이 개성 있으면서도 획일적이지 않아 눈에 잘 들어온다. 중계에 잡히고 갤러리들 눈에 들어오는 등의 시각적 설계를 디테일 있게 잘했다. 하우스 오브 CJ 등 컨세션들에서 제품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CJ컵이 한국에서 열릴 때 세계 랭킹 1위가 계속 우승하고 인기도 높았다. CJ컵이 미국으로 나온 건 어떻게 보나.
“한국에 있는 골프 애호가로서 아쉽다. 유명한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대회를 하는 걸 보고 싶다. 그러나 비비고 등은 국내 홍보가 필요한 브랜드는 아니니 기업 입장에선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본다.”
-골프 좋아하나.
“나인브릿지에서 CJ컵 지원해 일할 때 생선가게를 고양이한테 맡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쁘게 일했다. 골프 좋아한다. 싱글도 치고 안 맞으면 100개도 넘는다. 핸디캡은 12다. 부모님과 와이프와 가끔 친다. 제일 재미있는 동반자는 (방송인) 조세호 형이다. 창업한 다음 해부터 함께 쳤다. 세호 형 어프로치 진짜 잘 한다.”
-골프와 바비큐가 비슷한 게 있을까.
“우리 요리는 거의 24시간 걸린다. 음식은, 특히 고기는 정직하다. 골프도 투입한 시간에 비례해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골프 선수들을 위해서 바비큐를 만든다면 어떤 걸까.
“골프가 체력 지구력 많이 필요하니 비프 립 바비큐를 해주겠다. 단백질도 풍부하고 지방도 제법 있고 한국적인 간장 베이스의 맛이 나는 바비큐다. 작년에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선수 저녁 만찬을 요리했는데 외국 선수들도 엄청 좋아하더라.”
댈러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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