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에 두갑씩 담배 30년 피우면…폐암 위험 41배 뛴다

서울역 광장 흡연구역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뉴스1

서울역 광장 흡연구역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뉴스1

30년 넘게 사흘에 두 갑씩 담배를 피우면 소세포폐암(small-cell lung cancer)에 걸릴 위험이 41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선하 연세대 융합보건의료대학원 교수는 7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주최하는 '유해 요인과 질병 인과성' 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지 교수는 2004~2013년 18개 건강검진센터에서 검진받은 14만여 명을 추적 조사해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에 미치는 위험과 기여도를 산출했다. 이 기간 폐암에 걸린 사람은 741명이다. 이 중 흡연자는 487명(과거 흡연자 포함), 비흡연자는 254명이다. 

지 교수는 폐암을 조직 특성에 따라 분류해 비교했다. 비흡연자 1만9615명 중 소세포폐암에 걸린 사람은 1명뿐이다. 10만 인년(1명을 1년 관찰하면 1인년)당 발생률이 0.2명이다.

반면 30년 넘게 사흘에 두 갑(20갑년) 이상 피운 3910명(현재 흡연자의 9.4%) 중 소세포폐암 환자는 17명이다. 10만 인년당 발생률이 10.1명이다.


연령 분포와 음주 이력 등의 조건을 같게 교정한 후 소세포폐암 발생 위험도를 산출했더니 '30년 이상, 20갑년 이상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41.2배 높았다. 같은 방법으로 비교했을 때 편평세포폐암(비소세포암)은 28.4배, 폐 샘암종(선암)은 4.4배였다. 후두암(편평세포암종)은 6.8배였다.

지 교수는 흡연의 폐암 발생 기여도를 비교했다. 소세포폐암 원인의 97.5%가 흡연인 것으로 나왔다. 편평세포폐암은 96.4%, 폐 샘암종은 77.2%였다. 후두 편평세포암종은 85.3%다.

지 교수는 "궐련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 발생에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보고됐지만, 세포 조직학적 분류에 따라 자세히 따진 연구는 드물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흡연과 소세포폐암의 인과관계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밝힌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편의점의 담배 판매대 모습. 담뱃갑에 경고문구와 그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편의점의 담배 판매대 모습. 담뱃갑에 경고문구와 그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폐암은 소세포와 비소세포암으로 나뉜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소세포암이 폐암의 15~25%를 차지한다. 비소세포암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악성 정도가 매우 높아 독한 폐암으로 분류된다. 암 진단 때 이미 림프나 혈액의 순환을 통해 다른 장기나 반대편 폐, 세로칸 등에 전이된 상태로 발견된다.

소세포폐암은 급속히 성장하고, 대체로 암 덩어리(종괴)가 크고 회백색을 띤다. 기관지 벽을 따라 증식한다. 뇌·간, 전신 뼈, 같은 쪽 또는 다른 쪽 폐, 부신, 신장 순으로 잘 전이된다. 

2022년 폐암 환자 3만2277명 중 소세포암이 3186명으로 9.9%를 차지한다. 편평상피세포암이 18.9%다. 샘암종이 1만6541명으로 51.2%를 차지한다.

소세포폐암은 비소세포폐암과 달리 항암화학요법(항암제)이 치료 원칙이다. 매우 빨리 자라고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암이어서 대개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다만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에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한다.

2018~2022년 폐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같은 조건의 일반인과 비교)은 40.6%다. 매년 조금씩 올라 2006~2010년(20.3%)의 두 배가 됐다. 조직학적 유형별로 구분돼 있지 않다.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는 생존율이 12.9%로 매우 낮은 편이다. 폐에만 암세포가 있으면 79.8%로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KT&G·BAT코리아·필립모리스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흡연 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담배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1심에서 건보공단이 패소했고, 현재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 소송의 대상 폐암 유형이 소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이다. 후두암도 포함돼 있다. 지 교수는 "이번 연구가 담배 소송에서 승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