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강' 불리던 태화강의 기적…수달 가족 나타났다 [영상]

태화강에 모습을 나타낸 수달 두마리. 사진 시민 송인귀씨

태화강에 모습을 나타낸 수달 두마리. 사진 시민 송인귀씨

한때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등 오염으로 악명 높았던 태화강이 수달이 물장구치고, 큰고니가 날갯짓하는 '생명의 강'으로 자리 잡았다.

8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태화강 상류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구수교 인근에서 송인귀(55)씨가 물가를 걷다 수달 두 마리를 발견했다. 바위 위와 물속을 오가며 활발하게 수영하는 모습이었다. 송씨는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울산시에 제보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수달을 봤다"며 "수달이 태화강에 살고 있다는 걸 많은 시민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는 "영상 속 수달은 올해 독립한 어린 개체로 보인다"며 "먹이가 풍부해 이곳에 계속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이다. 짧은 다리와 물갈퀴,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닌 야행성 포식자로 도심 하천에서 발견되면 생태계 회복의 지표로 여긴다. 

비슷한 시기, 같은 태화강 상류에서 겨울철새인 큰고니 한 마리도 관찰됐다. 순백의 깃털과 긴 목을 지닌 큰고니는 봄철 도심 하천에선 드물게 볼 수 있는 조류다. 큰고니 역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태화강에서 관찰된 큰고니. 사진 울산시

태화강에서 관찰된 큰고니. 사진 울산시

태화강은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2000년 이전까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0mg/L에 이를 정도로 오염돼 공업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2004년 울산시가 '생태도시 울산'을 선언하고 강 살리기에 나선 이후, 생태계는 점차 회복됐다.  

울산 태화강 전경. 사진 울산시

울산 태화강 전경. 사진 울산시

이제 3월이면 황어가 돌아오고, 8~9월엔 백로 등 철새들이 몰려든다. 태화강과 울산만은 동해안 최초로 국제철새 이동 경로 사이트에 등재되며 생태 허브로 인정받았다. 십리대숲과 삼호대숲 일대는 2019년 국내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수달과 큰고니의 관찰을 계기로 기존 태화강 중 하류 중심의 야생생물 모니터링을 상류로 확대하고, 시민과 함께 서식지 보호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