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유적지에 '남성 성기' 낙서 테러…"심각한 무례" 페루 발칵

사진 엑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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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적지 벽에 음란물 낙서가 그려져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간) BBC 등 보도에 따르면, 페루 문화부는 성명을 통해 "라리베르타드 지역 찬찬(Chan Chan) 유적지 벽체에 누군가 검은색 에어로졸 스프레이로 남성 성기 그림을 그려놨다"며 "최소 3곳의 벽체가 훼손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인은 600년 이상 된 문화유산에 대한 심각한 무례함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고고학 유적지 보호 규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용의자 신원 파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를 동원해 유적을 최대한 복원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SNS에는 남성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이 배낭을 멘 채 낙서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 범인이 체포될 경우 페루 문화유산 보호법에 따라 최대 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찬찬은 유럽 문명과의 조우 이전 남미에서 최대 규모로 번성했던 도시로 알려져 있다. 15세기에 약 3만명의 인구가 거주했던 것으로 학계에서는 추정한다.


찬찬은 현재 행정구역 기준으로 트루히요에서 서쪽으로 5㎞ 떨어져 있으며, 198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잉카 문명의 정수로 꼽히는 마추픽추와 함께 페루 정부에서 긴 시간을 들여 유물 발굴·복원 작업을 이어오는 고고학 유적지 중 하나로 꼽힌다.

페루 정부는 찬찬 유적지 인근 지역에서 고속도로 건설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까지 고려해 일대에 대규모 경계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한편 페루에서는 잉카 문명 유산 중 하나로 꼽히는 쿠스코 '12각형 돌'이 현지 남성의 몰지각 행위로 인해 일부 부서지는 등 문화재를 겨냥한 반달리즘(공공시설·문화유산 등의 파괴·훼손) 사례가 지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페루 당국은 자체 보존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다른 나라의 유적지 보존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지난달 문화유산 분야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마추픽추의 안전 상황 진단, 훼손 예방 조치, 디지털화, 보수 등 역사보호 지구 보존을 돕기 위해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