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 '전직 러시'. 챗GPT 이미지 생성
오씨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취득했던 터여서 지난해 하반기에 한 감정평가법인에 취업했다. 오씨는 “직업 안정성을 기대하며 교대 4년, 교직 생활 3년을 거쳤지만 개인적인 발전은 없고 일상은 반복됐다”며 “일의 난도는 높아졌지만 훨씬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단독] 교사 전직 러시…지난해 중도 퇴직 교사 9194명 역대 최대

박경민 기자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2년간 일했던 한상민(28)씨도 이 중 한 명이다. 그 역시 지난해 교편을 내려놓고 올해 로스쿨에 입학했다. 한씨는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이는 SKY(서울·고려·연세대)에 보낼 건데 담임이 SKY 출신이 아니라 걱정된다”는 말을 들었고, 학생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한씨의 신체 특징을 갖고 놀렸다고 했다.
한씨는 “당시 서이초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을 보고 더는 버틸 자신이 없어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로스쿨 면접에선 교직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내 분쟁 해결을 돕는 법조인이 되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학교 근처엔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경기 고양시 한 고등학교 역사교사였던 김지연(34)씨가 재직 당시 찍어 둔 책상 사진. 이직을 준비할 때 사용한 경제학원론 등 관련 서적이 책장에 꽂혀 있다. 시진 김지연씨
경기 고양시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교사로 4년간 일하다가 2년 전 증권사에 입사한 김지연(34)씨는 전직을 결심한 이유로 낮은 급여를 꼽았다. 그는 “학교에선 행정 업무와 수업 준비로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며 “초봉이 연 3000~4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이대로는 집도 못 사고 결혼도 어려울 것 같았다. 증권사로 옮긴 뒤 연봉이 두 배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담임 SKY 아닌데, 우리 애 SKY 가겠나” 학부모 말에 좌절

지난 3월 29일 보건교사 최모(33)씨가 아이들로부터 받은 생일 편지. 최씨는 ″아이들이 빨리 등교해서 칠판에 내 얼굴을 그리고 작은 생일 파티를 해줬는데, 그런 순수함이 감동이었다″고 했다. 사진 최모씨
교단을 떠나려는 움직임은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서울 초·중·고 교사 250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초등교사의 42.5%가 “기회가 된다면 이직하고자 한다”고 답해 중등교사(34.8%), 고등교사(34.7%)보다 이직 희망자 비율이 높았다. 연차별로 4년 차(58%), 8년 차(62%), 13년 차(60.8%)가 절반 넘게 이직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블라인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사에서 개발자·공무원·회계사 등으로 전직 방법 등을 문의하는 글이 수백여 개 올라와 있었다. “초등교사 10년 차인데 현실적으로 이직 가능한가”라거나 “만족하려 노력해봤지만 이 직업의 장점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는 등의 문의였다. 해당 게시글엔 개발자, 자영업, 공기업 등을 추천하는 댓글이 달렸다. 교대나 사범대 학생들은 졸업 후 교직 이외 진로를 묻기도 했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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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처우도 요인 중 하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공립학교 초임교사의 법정 급여는 3만6639달러로 OECD 평균인 4만2060달러보다 13% 적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에게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기대는 높은데 처우는 낮고 학부모 민원 등 스트레스 요소는 크다”며 “처우 개선 없이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진단했다.
줄어드는 학생 수만큼 교대 정원을 줄이고 교육 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대안도 나온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반과 같은 교사 부족 사태가 또 나타나지 않게 모집 정원을 전년도 대비 약 12% 감축하기로 합의됐다”며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교사가 학생 개개인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