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시간) 바티칸 사도궁 내 교황 아파트 둘러보는 레오 14세 교황. 로이터=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사도궁 내 교황 아파트에서는 욕실 리모델링과 벽면 곰팡이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공사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입주는 한 달 후쯤으로 예상된다.
레오 14세는 지난 8일 즉위한 이후부터 행보 하나하나가 관심을 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의 소박함과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보수 노선 사이에서 어떤 방향성을 보일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중에서도 새 교황이 전통적인 교황 아파트를 선택할지, 아니면 프란치스코처럼 산타 마르타의 집에 머물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새 교황의 성향을 가늠할 지표로 여겨졌다.

11일(현지시간)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 사도궁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문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도궁 교황 아파트 대신 사제 기숙사인 산타 마르타의 집을 거처로 삼았다. 성 베드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화려한 전용 공간을 마다한 이유에 대해 프란치스코 전 교황은 "갔을 때 '(여기 살면) 안 돼'라는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고 말했다.
이후 산타 마르타의 집 2층 전체가 교황의 거처와 보좌진·의료진·경호 인력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한 지난달 21일까지 12년간 그곳에서 지냈다.
산타 마르타의 집은 교황의 소박함을 상징하는 공간이지만, 일부 추기경들은 이곳이 개방된 구조로 인해 비공식 접촉이 많고, 교황의 의사 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교황청 소식통을 인용해 여러 추기경이 레오 14세 교황에게 사도궁 복귀를 권유했으며, 레오 14세 역시 공식 업무 공간 확보와 사생활 보호 등을 고려해 사도궁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프란치스코 전 교황이 머물던 산타 마르타의 집 2층은 원래대로 복구돼, 바티칸을 방문하는 성직자나 콘클라베 참가 추기경의 임시 숙소로 사용될 예정이다.
사도궁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오른편에 위치한 대형 궁전이다. 최상층인 3층 교황 아파트는 집무실과 개인 공간이 함께 있는 전통적인 교황의 거처다. 역대 교황들은 이곳 창문을 열고 일요일마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삼종기도를 주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