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힘, 尹부부와 절연하나…김용태, 김건희 의혹 사과한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TV 토론을 제안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TV 토론을 제안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낼 방침이라고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정부에서 제기됐던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의지가 크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지난 17일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사과까지 하게 되면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이 관계자는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김 여사에 대한 사과와 함께 대통령 배우자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법률 신설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호 관련 사안 외에 영부인에 대한 지위와 권한을 규정하는 법률이 없어 외부 활동은 물론 예산까지 불투명하게 운영됐던 현행 영부인 제도에 대한 문제 의식이 크다고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개혁신당에서도 대통령 배우자의 활동 범위를 규정하는 ‘김건희 방지법’ 발의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도 반대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4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기고 있는 모습. 전민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4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기고 있는 모습. 전민규 기자

 
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며 여전히 윤석열 심판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최근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았던 김계리 변호사의 국민의힘 입당을 두고도 김 위원장은 당원자격심사위원회 개최를 지시하며 입당을 보류시켰다. 하지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최측근인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전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았다는 게 큰 오점이 되는 게 아닌데 그것이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대선후보 배우자 TV 토론을 제안한 것에 대해 “전 대통령의 여사와 관련해서 저희가 처신을 잘못했던 부분이 있고, 반성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며 “영부인 관련 문제가 6공화국 대통령의 성패와 연결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즉흥적이고 무책임하다”며 배우자 TV토론을 거절한 것에 대해 “TV토론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검증 방식을 제시하면 응하겠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김계리 변호사의 입당과 관련해서도 “계엄에 대해 옹호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저희 당 당원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이영돈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기 위해 상영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이영돈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기 위해 상영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선 긋기에 나선 것을 두고 최근 검찰발로 쏟아지는 김 여사 관련 의혹 보도에 대한 대응 차원이란 해석도 나온다.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통일교 전직 고위 관계자가 2022년 전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선물로 보냈다고 지목된 명품 가방을 김 여사의 수행 비서가 웃돈을 주고 명품 매장에서 교환한 정황을 파악해 수사 중이다. 다만 전씨와 김 여사 측은 “선물을 전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정선거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했다. 대통령에서 파면된 뒤 첫 공개 일정이다. 해당 영화는 이영돈 PD와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등이 기획·제작했고, 윤 전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이날 영화를 봤다. 김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해 저희 당과 관계 없는 분이다. 개인적 입장에서 봤을 때는 계엄에 대한 반성하고 자중할 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