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부 은행에선 비대면 대출 창구(모바일 앱)에 이른 아침부터 신청자가 몰리는 ‘오픈런’이 나타날 정도다. KB국민은행의 모바일 앱 ‘스타뱅킹’에선 오전 9시 전에 ‘오늘 신청 가능한 대출 건수가 모두 소진됐다’는 안내 문구가 반복된다. 비대면 신청자에 한해서는 별다른 조건 없이 연 3.44% 단일 대출금리를 제공하자 수요가 몰렸다. 국민은행은 이달 14일부터 접수하는 건수를 150건으로 제한했고, 6일 뒤엔 대출 금리도 0.25%포인트 올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원활한 상담과 접수를 위해 선제적으로 관리에 나선 것”이라며 “(접수 건수를 제한한) 요즘도 신청 접수는 1시간 이내로 마감된다”고 말했다.
이는 우선 오는 7월 대출 한도를 더 죄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시행되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면서다. 수도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빚 내서 집을 사려는 이들이 그만큼 늘었다. 금융위원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연 소득 1억원인 직장인의 대출 한도는 최대 3300만원 쪼그라든다.
이달 가계대출 4조 급증…금리 인하, 은행 영업 확대도 ‘한몫’
신한은행은 16일부터 비대면 대출 상품(주담대+전세대출)에 0.1%포인트 우대 금리를 적용했고, NH농협은행은 22일부터 변동형 주담대 상품(대면)의 우대금리를 0.45%포인트 확대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당국 눈치 보느라 신규 대출에 소극적이었던 은행들이 역성장 우려에 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대금리 영향으로 일부 은행에 대출이 쏠리자 은행 간 경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 내림세도 대출 수요를 자극한다. 시장에선 한국은행 금통위가 29일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준거 금리인 5년 만기 금융채(은행채 AAA등급) 금리도 내림세다. 그 결과 현재(28일 기준) 5대 시중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평균)는 연 3.53~5.16%로 집계됐다. 하단 기준 연초 4%였던 대출 금리가 3.5%대로 밀려난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같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당국 관계자는 “2~3월 늘어난 주택 거래량이 시차를 두고 주담대 대출 잔액에 반영됐다”며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금융사의 월별·분기별 관리목표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