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1시간 컷'…달려야 '대출 막차' 탄다

이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4조원 넘게 급증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달 가계대출 잔액은 27일 기준 747조19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743조858억원)보다 4조1067억원 불어났다. 이달 말까지는 3영업일이 남았지만, 이미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3조7742억원)을 넘어섰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진 것은 주담대(전월 대비 3조1936억원)와 신용대출(9630억원) 증가 폭이 동시에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은행에선 비대면 대출 창구(모바일 앱)에 이른 아침부터 신청자가 몰리는 ‘오픈런’이 나타날 정도다. KB국민은행의 모바일 앱 ‘스타뱅킹’에선 오전 9시 전에 ‘오늘 신청 가능한 대출 건수가 모두 소진됐다’는 안내 문구가 반복된다. 비대면 신청자에 한해서는 별다른 조건 없이 연 3.44% 단일 대출금리를 제공하자 수요가 몰렸다. 국민은행은 이달 14일부터 접수하는 건수를 150건으로 제한했고, 6일 뒤엔 대출 금리도 0.25%포인트 올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원활한 상담과 접수를 위해 선제적으로 관리에 나선 것”이라며 “(접수 건수를 제한한) 요즘도 신청 접수는 1시간 이내로 마감된다”고 말했다.

이는 우선 오는 7월 대출 한도를 더 죄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시행되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면서다. 수도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빚 내서 집을 사려는 이들이 그만큼 늘었다. 금융위원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연 소득 1억원인 직장인의 대출 한도는 최대 3300만원 쪼그라든다.

이달 가계대출 4조 급증…금리 인하, 은행 영업 확대도 ‘한몫’

그동안 가계대출 총량 관리만 주력한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대출 영업에 시동을 켠 영향도 있다. 하나은행은 29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하나원큐아파트론) 대출 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했다. 지난 2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줄였던 한도를 다시 풀고, 대출 영업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16일부터 비대면 대출 상품(주담대+전세대출)에 0.1%포인트 우대 금리를 적용했고, NH농협은행은 22일부터 변동형 주담대 상품(대면)의 우대금리를 0.45%포인트 확대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당국 눈치 보느라 신규 대출에 소극적이었던 은행들이 역성장 우려에 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대금리 영향으로 일부 은행에 대출이 쏠리자 은행 간 경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 내림세도 대출 수요를 자극한다. 시장에선 한국은행 금통위가 29일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준거 금리인 5년 만기 금융채(은행채 AAA등급) 금리도 내림세다. 그 결과 현재(28일 기준) 5대 시중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평균)는 연 3.53~5.16%로 집계됐다. 하단 기준 연초 4%였던 대출 금리가 3.5%대로 밀려난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같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당국 관계자는 “2~3월 늘어난 주택 거래량이 시차를 두고 주담대 대출 잔액에 반영됐다”며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금융사의 월별·분기별 관리목표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