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34%, 분양 41% 급감...‘주택 공급 절벽' 우려 커진다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뉴스1

주택 공급 지표가 일제히 바닥을 향하고 있다. 21대 대선 유력 후보 모두 ‘주택 공급 확대’ 공약을 내걸었지만,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올해 말부터 주택 부족 사태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 공급 부진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올해 4월까지 착공·준공·인허가 등 '3대 지표'가 일제히 꺾였다. 우선 1~4월 누적 착공 물량(5만9065가구)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8% 줄었다. 서울(-21.2%)을 포함한 수도권(-32.3%)과 지방(-36%)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아파트 착공(-37%)이 특히 부진했다.

올해 1~4월 주택 공급 지표. 국토교통부

올해 1~4월 주택 공급 지표. 국토교통부

분양과 입주 물량도 대폭 감소했다. 1~4월 분양(4만1685가구)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나 줄었다. 서울은 70% 넘게 감소했고, 지방은 54.3% 줄었다. 준공(입주, 13만9139가구) 역시 같은 기간 9.8% 감소했다.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9만14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2% 줄었다. 아파트(7만9219가구)와 비아파트(1만795가구) 모두 각각 12.6%, 8.7% 감소했다. 다만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는 기저 효과로 24.7% 늘었다.   

한국은행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분기 주거용 건축 공사액은 전년 동기보다 21.9%나 줄었다. 통상 주거용 건축 투자는 2년 안팎 시차를 두고 주택 공급에 반영된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러한 감소 흐름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새로 지을 집과 이미 지은 주택 물량이 모두 줄면서 지난해부터 불거진 공급 부족 불안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이 문제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상 물량은 2만8614가구로 지난 10년 평균(3만5939가구)에 한참 못 미친다. 통상 11만 가구 규모인 경기도 역시 올해와 내년 각각 7만여 가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공급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약집을 통해 “중산층·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재개발·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건폐율을 완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공공주택 인허가와 건설형 공공주택 착공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어떤 후보도 구체적인 공급 목표나 시기·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선 유세 중인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대선 유세 중인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주택 공급 부족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아파트 입주량 감소로 인한 매물 감소와 월세화가 이어지며 전셋값 상승이 지속하고, 주택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도 여전해 서울 등 주요 지역 가격 상승은 지속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수석 역시 “신규 공급이 부족한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 가격 상승 압력이 점차 강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건설투자 급감이 내수 침체를 심화하고 공급 부족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올 하반기 강도 높은 재정 정책 시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4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만6422가구로 전월 대비 5.2%(1305가구) 증가했다. 2013년 8월 이후 가장 큰 규모이자, 20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다. 악성 미분양의 83%는 지방에서 발생했다. 다만 일반 미분양(6만7793가구)은 지난달보다 1.6%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