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연이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 밀워키 브루어스
다음 날 위스콘신 주 밀워키 인근에 있는 에린 힐스 골프장에서 US여자오픈이 열리기 때문에 브루어스는 USGA(미국골프협회)에 시구자 추천을 요청했다.
USGA는 역시 밀워키 인근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최나연을 마운드에 오르게 했다. 밀워키는 한국 여자 골프와 인연이 많다. 박세리가 1998년 맨발의 투혼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곳도 블랙울프런 골프장이다. 밀워키는 한국의 US여자오픈 제패가 시작된 곳이다.
최나연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멋지게 공을 던졌다.
그러나 US여자오픈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이날 실망이 컸다. 새벽부터 비가 왔기 때문이다. 브루어스의 홈은 돔구장이라 상관없었지만 들판에서 경기하는 골프 선수들은 어려움이 많았다. 혹 감기에 들까 마지막 연습라운드를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선수들도 있었다. 오후 늦게까지 남아 퍼트 연습을 한 황유민은 패딩과 목워머를 했는데도 볼이 빨갰다.
US여자오픈은 한국여자오픈 비슷했다. 1998년 박세리 이후 10명이 11번 우승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한국 선수 우승이 없다. 지난해엔 톱 10에 든 선수도 한 명도 없었다. 27년 만에 처음이었다.

전인지는 지난해 번아웃으로 인한 공백을 마치고 투어로 돌아와 다시 미소를 짓고 있다. 성호준 기자
US오픈은 조편성에 유머가 있다. 국적, 과거 경력, 패션 감각 등 다양한 공통점을 찾아 조 편성을 하기도 한다. 토마 르베이, 그레고리 하브레이, 브라이언 게이 등 선수 이름의 운을 맞춘 조도 있었다.
타이거 우즈와 리 웨스트우드, 톰 왓슨을 한데 묶은 일도 있는데 모두 성이 W로 시작된다. 스탠퍼드대를 다닌 두 선수(톰 왓슨, 타이거 우즈), 미국 최고 선수였던 우즈와 최고 유럽 선수였던 웨스트우드가 한 조에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짓궂을 때도 있다. 이번 대회 1, 2라운드에 박성현, 전인지, 이정은6을 한 조로 묶었다. 한국이 낳은 2017년, 2015년, 2019년 US여자오픈 챔피언이자 요즘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기도 하다.
한국의 US 여자오픈 우승자 10명 중 여섯 명은 은퇴했고 현역이 4명인데 그 중 3명이 긴 슬럼프다.
현장 미디어들은 넬리 코다(미국), 리디아 고(뉴질랜드), 지노 티띠꾼(태국) 등을 우승후보로 꼽고 있다.

2011년, 2015년 한국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도운 캐디 딘 허든과 다시 만난 고진영. 성호준 기자
최나연은 “박세리 언니와 내가 우승한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한국 선수들이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인 US여자오픈 우승자를 두 명이나 낸 밀워키니까 반전의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은 캐디 딘 허든과 함께 왔다. 2011년 유소연, 2015년 전인지와 함께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캐디다. 고진영은 KLPGA에서 허든과 함께 경기하다 헤어졌다가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고진영은 “US오픈 우승을 위한 환상의 조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8년 연장 끝에 US오픈 우승컵을 놓친 김효주는 올해 샷감이 좋다. 포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메이저인 셰브런 챔피언십에서도 연장까지 진출했다. 2020년 US여자오픈 챔피언 김아림과 유해란도 올해 우승으로 상승세다.
박성현, 전인지, 이정은6은 조편성표를 보고 씁쓸했을 것이다. 그러나 슬럼프를 극복하려는 의지는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 쌀쌀한 날씨인데 전인지의 표정이 밝았다.
밀워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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