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97p(0.84%) 내린 2,697.67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1심에서 중단됐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을 항소심 심리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로, 사실상 하루 만에 전 세계를 겨냥한 상호관세가 다시 살아난 셈이다.
관세 전쟁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조짐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조치가 법원에서 무력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1974년 무역법을 활용한 ‘플랜B’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당국자들이 고율 관세를 유지할 새로운 법적 근거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법원 결정에 따라 반전을 거듭하자 주요국 금융 시장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국의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97포인트(0.84%) 내린 2697.67에 마감하며, 이틀 연속 1%대 상승세를 끝내고 사흘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 역시 1.94포인트(0.26%) 떨어져 734.35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는 1.22% 하락으로 장을 마쳤고 오후 4시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1.58%, 상해 종합은 0.47% 떨어지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관세 집행 여부가 다음 달 9일 예정된 미국 법원의 최종 결정 이후로 미뤄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분석했다.
환율도 출렁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플랜B 관세’ 검토 소식과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가 맞물리며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다시 하락해(환율은 상승) 1달러당 1380원 선을 넘어섰다. 지난 22일(1381.45원) 이후 6거래일 만에 1380원대에서 마감한 것이다.
정부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 열고 금융 현안을 점검했다. 참석자들은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당장은 안정적이지만, 미국 내 상호관세 판결의 향방에 따라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은 “미국 내 판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대외 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통상당국 고위관계자도 “현지 동향을 지속해서 살피면서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변덕스러운 미국의 관세 정책이 뉴노멀이 되면서 사업 방향을 잡기가 더 힘들어진 것이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경제정책 영향과 대응 방향' 세미나에서 “최근 미국의 관세 위협과 유예가 반복되면서 기업들의 투자·고용 결정이 지연되고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