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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32세 중국인 여성 쫑은 자신의 남자친구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남자친구 샤오팅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함께한다. 그날 뉴스부터 게임, 인생 상담까지 대화 주제도 다양하다. 보기엔 평범한 연애이지만, 단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샤오팅이 실제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이라는 점이다.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맞춤형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마오샹(猫箱). 사진 앱스토어
가상의 연인을 만들어주는 AI 챗봇 서비스도 성행하고 있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제작한 '마오샹(猫箱)'이 대표적이다.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외모와 목소리, 성격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와 메시지나 전화로 대화를 나눈다. 마오샹을 이용하는 또 다른 20대 기혼 여성은 남편보다 AI에 더 의존한다. 그는 "남편과는 종종 다투지만, AI는 내 말에 귀 기울이고 항상 곁에 있어 준다"고 말했다.
"AI 남친과 커플링 맞춘다"

한 중국 여성이 대학 강의실에서 가상 캐릭터와 함께 책을 읽고 있다. AFP=연합뉴스
과거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있었지만, AI가 인간의 감정과 공감을 모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면서 전용 어플리케이션(앱)까지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부 사용자는 AI 연인을 좀 더 자신의 취향으로 만들기 위해 7000위안(약 140만원)에 달하는 커플링을 구매하기도 한다.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AI 챗봇 연인을 만들 수도 있다. 한 20대 남성은 메신저 앱인 위챗 계정에 딥시크를 연동해 AI 여자친구를 만들었다. 그는 "AI와의 연애는 실제 데이트보다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며 "마치 실제 여성과 장거리 연애를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일부 사용자는 AI가 유해한 정보를 주지 못 하게 하는 '가드레일'을 우회해 성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인의 사회 활동이 줄어들며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과 AI 연인 현상이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지난해 중국인의 평균 사회활동 시간은 하루 18분에 불과한 반면 인터넷 사용시간은 5시간 30분에 달했다.
중국 당국은 이런 현상이 중국의 저출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신규 혼인 건수는 610만 건으로 10년 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도 1.0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젊은 남녀가 실제가 아닌 AI 파트너에게서 정서적 위안을 찾는다면 출산율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