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가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한국-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협력: 실질적 협력을 향해'를 주제로 한 외교·안보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조지타운대 교수)가 주한미군을 감축하면 북한의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 석좌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SIS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미 국방부가 주한 미군 4500명 이전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대해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우리는 미 국방부와 군에서 심각하게 검토 중인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보다 대만 위기 대응으로 군사력의 초점을 맞추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전환은 북한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고 오판을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 석좌는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 주한미군 감축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953∼1961년 재임) 전 대통령 때와 리처드 닉슨(1969∼1974년 재임) 시절, 그리고 9·11 테러 이후 감축이 이뤄졌다고 짚었다.
그는 “(이번에 감축을 검토한다는) 4500명은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이지만 한반도에서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한국군의 매우 강력하고 유능한 군사력과 미국의 공군 지원 및 정보 제공 등을 들었다.
차 석좌는 특히 “(주한미군이 감축되더라도) 한반도에 약 2만명의 병력이 여전히 주둔한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경우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할 것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인한 북한의 자신감 구축,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의 북한과 중국 관계 및 무역 수준 회복 또는 증가 등을 언급, “신뢰와 억제 측면에서는, 적국이 미국의 약속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의 문제”라며 “관세부터 안보 약속까지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약속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1기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첫 100일 동안 북한의 도발이 과거 다른 어떤 미국 행정부보다 더 많았다면서 “이는 경고의 메시지이며, 주한미군 감축이 (한반도)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지 않을 수 있지만, 북한이 과거보다 더 적대적이고 도발적인 상황에서 억제 신호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27일(현지시간) ‘한국의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온라인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CSIS 홈페이지 캡처
차 석좌는 지난 3월 27일에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 바 있다. 또 한·미 동맹에 대해 “조용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차 석좌는 이날 ‘한국의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대담에서 “그들(미 국방부)은 거의 확실히 한국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압박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인상을 요구해 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문제와 북한 문제 등도 한·미 동맹에 위기를 심화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 역할을 한반도 방어에 국한하지 않고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다른 지역에도 투입할 수 있도록 역동적으로 운용하자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