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101번 고속도로에서 정부의 강경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이를 막는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비상이 걸린 건 이민자만이 아니다. 이들을 고용해왔던 미국 내 식당들도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5월 한 달간 워싱턴 일대에서만 100곳이 넘는 식당을 단속하는 등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엄격하게 근로자의 신분을 확인하면서 출근을 꺼리는 이민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메이우드의 한 패스트푸드 음식점에 직원 모집 광고판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주요 타깃이 식당 등 외식업계다. 식당은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고, 별도 허가 없이 사업장에 진입할 수 있어 단속이 용이하다. 지난 한 달간 워싱턴 일대에서 100곳이 넘는 식당을 ICE가 단속할 수 있었던 이유다.
문제는 미 외식업계에서 이민자 노동력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전미레스토랑협회(NRA)에 따르면 미국 내 외식업 노동자 5명 중 1명이 외국 국적이다. 이중 상당수는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정당한 서류를 확보하지 못한 이민자 약 100만 명도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업주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 수천 명이 갖고 있던 미국 내 합법적 지위를 취소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면서 고용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합법·불법 이민자 모두 체포·추방에 대한 공포가 커져 섣불리 노동 시장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메릴랜드에서 5개의 식당을 운영 중인 토니 포어맨은 FT에 “일부 직원들은 무서워서 아예 출근을 꺼리는 상황”이라며 “이런 일자리를 원하는 이들이 늘지 않고 있다. 자격을 갖춘 직원을 찾는 게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메드포드의 한 상점에 '사람 구함' 공고가 붙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클 클레멘스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이후 임시 보호 지위를 부여받은 베네수엘라인의 약 5분의 1이 외식업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민 전문 변호사 제이콥 몬티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자격 취소 조치 후 식당 뿐 아니라 많은 기업도 기존 인력을 대체할 방안을 찾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노동 인구 유입도 사실상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아프리카 12개국 및 중동 국가 출신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7개국 국민에 대해서도 제한 조치가 시행됐다.

신재민 기자
주방위군 투입 LA 패러마운트, 이민자 밀집 지역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시위대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경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팻말을 든 채 도로에 서 있다. 시위대 옆엔 택시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AP=연합뉴스
이들 중 상당수는 LA 주요 관광지에 위치한 호텔에서 청소부 등으로 일하거나 주변 의류제조공장과 LA항, 롱비치항 등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 왔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패러마운트는 ICE의 주요 단속 지역으로 꼽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