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인도 뉴델리 노이다 생산공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 LG
9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2~4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HLI그린파워’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라인을 살펴봤다. 구 회장의 공식적인 해외 출장은 지난 2월 인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이번이 올해들어 세 번째다.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총 32만㎡ 부지로 조성된 HLI그린파워 공장은 전기차 약 15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 4개월 만에 96%가 넘는 수율을 기록했다.
구 회장은 전극·조립·활성화 등 주요 공정을 직접 살펴본 뒤 LG만의 차별화된 배터리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현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에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길 기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구 회장의 배터리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미국 오하이오주에 GM과의 합작 공장인 얼티엄셀즈 1공장을 찾았다. 2023년엔 청주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점검했고, 지난해엔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또 다른 GM 합작공장인 얼티엄셀즈 2공장을 방문했다. 구 회장은 지난 3월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배터리 산업을 미래 국가 핵심 산업이자 그룹의 주력 산업으로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구 회장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서부에 위치한 찌비뚱의 LG전자 생산·연구개발(R&D) 법인도 찾았다. 이곳은 TV·모니터·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해 인도네시아 현지 시장은 물론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시장에도 공급하고 있다. 구 회장은 TV 무인화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글로벌 R&D 전략을 구상했다.
구 회장은 또 자카르타에 위치한 LG전자 판매법인에서 현지 경영진과 구성원을 만나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주요 국가의 시장 트렌드와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의 격화되고 있는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유통매장인 일렉트릭 시티도 방문해 LG전자 제품 판매 현황과 중국 업체들의 시장 공략 현황을 점검했다.
인도네시아는 LG가 주목하는 전략 시장 중 하나다. 인구 2억8000만 명의 동남아 최대이자 세계 4위 인구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과 채굴량이 세계 1위인 자원 부국으로, 전기차 산업의 자원 거점이자 소비시장으로 잠재력이 모두 높은 국가다. LG는 지난 1990년 LG전자를 시작으로 2000년 LG이노텍, 2006년 LG CNS,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진출해 현재 인도네시아에 총 10개 법인(생산공장 4개)을 운영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이) 세계 인구 규모 1위인 인도에 이어 연달아 인도네시아를 찾은 것은 소비나 생산은 물론 R&D에서도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