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도, 사료값 인상도 없는데 치솟는 계란값…이유 있었네

계란값이 심상치 않다. 두 달 전만 해도 한판(30알,특란) 가격이 4000원대였지만, 현재 7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인의 계란 소비는 꾸준히 늘어 현재 국민 한명당 연간 평균 계란 소비(2022년 기준)는 278개다. 전 국민이 즐기는 대표적인 먹거리인 만큼 '에그플레이션(계란+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계란값이 두달 새 두배 수준으로 뛰었다. 연합뉴스

계란값이 두달 새 두배 수준으로 뛰었다. 연합뉴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8일 3425원에 거래됐던 특란 한판(30알) 도매 가격은 현재 6800원(8일)으로 뛰었다. 이전에도 두 달 만에 계란값이 두배 가까이 치솟은 적이 있었다. 2016년 11월 조류독감(AI) 발생 후 국내 전체 산란계(알을 낳는 닭)의 36%인 2500여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다. 올해도 지난 3월에 충남 천안을 중심으로 AI가 발생했지만, 490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선에서 진화됐다. 사료값이 뛰지도 않았다. 사료의 중요 원료인 옥수수 국제 평균가(9일 기준)는 부셸(bu)당 442.5달러로, 지난 1월 476.3달러보다 낮다.  

계란값이 두 달 새 두배 가까이 급등한 배경으로 9월 시행예정인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제도가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18년 AI 대란을 겪은 후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 산란계 사육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확대했다. 신규 농장은 즉시 시행했고 기존 농장은 오는 9월부터 적용된다. 농장주 입장에선 같은 면적에서 키울 수 있는 닭이 30% 이상 줄어들고 계란 생산도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농가에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미리 노계를 병아리로 교체하고 있다. 산란계는 부화 후 32주까지는 10일에 8.5개의 알을 낳지만, 65주가 지나면 10일에 4~5개 수준으로 산란율이 떨어진다. 한 계란 농장 관계자는 “농장주들이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노계 대신 병아리를 사들이는 통에 600원이던 병아리값이 1000원대로 뛰었다”며 “당장 계란 생산을 못 해도 장기적으로는 병아리를 키워서 산란율을 높이는 것이 이득”이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독특한 계란 유통 구조도 이유로 꼽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계란의 60%는 계란 수집상으로 불리는 유통상을 거친다. 대형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대형 농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비중이 30%, 농협 등 집하장을 거치는 물량이 10% 정도다.  


신선도가 중요한 계란은 농장에서 생산된 직후 판매된다. 이런 특성상 계란 수집상이 농장을 매일 방문해 수거, 세척해서 유통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소‧돼지같이 별다른 도축 작업이나 전처리 과정 없이 세척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어 다른 축산물처럼 정부가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거나 일괄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계란 수집상이 하루만 풀지 않아도 계란값이 오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계란 수집상은 “요즘은 직거래하는 대형 농장이 늘면서 어느 한 곳만 납품가격을 올려도 줄줄이 인상되지만, 반대로 한 곳만 내려도 줄줄이 손해 보고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계란 유통구조 개선이나 수급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동안 계란값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강종성 한국계란산업협회 회장은 “계란 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축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계란값이 유지될 수는 없다”며 “무조건 가격을 억누르기보다 현실적인 생산‧유통을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