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나눈 데 대해 일본 언론이 “대일 관계를 중시하는 자세”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10일 하루전 이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와 약 25분간 나눈 전화 통화와 관련, “첫 시작으로는 나쁘지 않았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정권 교체와 함께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다음 상대’로 누구를 선택할지 주목했다면서다. 같은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정권이 취임 직후 미국에 이어 일본보다 앞서 시 주석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부분도 거론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실용외교를 내세운 이 대통령에 대해 이번 전화통화를 계기로 “대일관계 중시 노선”의 지속을 일정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미국과 중국의 대립 상황에서 중국에 앞서 일본과 전화 통화를 성사시켰다는 데에 의미부여를 한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과거사 문제를 언급한 것도 거론했다. 첫 전화 회담에서 박근혜 정권에서 이뤄진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생각을 드러냈고, 실제로 이 합의를 백지화해 한·일 관계가 극도로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반면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 대통령은 ‘상호 국익을 바탕으로 한 협력’에 의욕을 보였다면서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를 분리해 대응하는 자세를 선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취임 후 지난 4일 가진 회견에서 강제 징용 배상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정권의 제3자 대위변제 해법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언급했다.

첫 정상 간 전화 통화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했다. 요미우리는 “양국 불화가 생기면 이 대통령이 지지층을 진정시켜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일본 측의 불안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양국 정상이 전화 회담에서 조기 회담을 언급하면서 이달 중순 캐나다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맞춰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지통신은 이시바 총리가 최측근인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자 총리 보좌관을 한국으로 보내 이 대통령과의 면담할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도 오는 8월 한국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