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집을 산 후 2년 이내에 되파는 ‘단타 매매’ 비중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2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파는 비율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0일 중앙일보가 법원 등기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빌라 등) 소유권 이전(매매) 등기 신청 중 매도인의 보유 기간을 보면, ‘2년 이하’ 비중은 전체의 4.8%로 나타났다. 전년(9.1%) 대비 절반 수준이자, 2010년 통계 집계 이후 연간 최저치다. 올해 1~5월엔 4.7%까지 하락했다. 최근 15년간 보유 2년 이하 주택 단타 매매 비율은 평균 11.4%였다. 1년도 보유하지 않고 파는 ‘초단타 매매’ 비율 역시 지난해 2%로 3~4년 전 7%대에서 크게 줄었다.
주택 단타 매매가 감소한 것은 무엇보다 양도소득세 영향이 크다. 2021년 6월부터 보유 1년 이하 주택에는 양도세율 70%, 2년 이하에는 60%를 물린다. 기본세율(6~45%)보다 훨씬 무겁다. 투자자 입장에선 집값이 단기간 폭등하지 않는 한 양도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갭투자 비율은 줄고 실수요자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집값 급등락기엔 단타 매매가 늘지만, 하향 안정기나 완만한 상승기 땐 보유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똘똘한 한 채’를 장기 보유하려는 다주택자들의 자산 전략 변화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20년 이상 보유하던 집을 파는 비율은 지난해 8.5%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10년(2.2%)과 비교하면 4배 수준이다. 구축 주택이 누적된 이유가 크지만, 장기 보유 세제 혜택이 는 데다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투자 수요가 빠르게 유입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1~5월엔 20년 초과 보유 후 매도 비율이 9.9%까지 올랐다. 올해 서울에서 실거래 신고된 아파트 3만6541가구 중 준공 20년 이상 된 곳은 57.7%, 30년 이상은 24.3%에 달했다(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이제 부동산 투자는 단타에서 장투(장기투자)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입지와 수요층, 규제 변화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 보유에 유리한 자산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