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새 대통령에게 바랍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해 의사 협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하반기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 200여 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 만들어졌다. 전공의 모집은 통상 상·하반기 열리는데, 하반기 모집 공고는 7월께 뜬다.
해당 대화방에선 "의협이 정부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해결 의지를 보이는 의료계 단체가 없다"며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비판하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단일대오 방침에 따라 복귀하지 않았던 본과 4학년 의대생 일부도 오는 7월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가 불투명해지면서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2020년 8월 26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의 한 의원 앞에 의사파업 관련 포스터와 26~28일 휴진 안내문이 붙어있다. 채혜선 기자
혼란이 커지던 상황은 약 3주 만인 9월 4일 전환점을 맞았다. 최대집 당시 의협 회장은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보건의료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합의'에 서명하며 갈등을 봉합했다.
이른바 '9·4 의정 합의'다. 당시 전공의 70~80여명이 협상장 엘리베이터를 막는 등 반발이 이어지면서 협상 시간과 장소는 세 차례 변경됐다. 최 전 회장은 당시 "젊은 의사들의 당혹감을 알지만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협회장의 역할"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2020년 8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최대집 당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다음 날인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오도록 현실적·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정부가 먼저 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전날(9일) 김 회장 등 의협 관계자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났지만, 이 자리는 사실상 상견례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변화가 있었던 만큼 '우리는 의지가 있으니 정부도 의지를 보여라'는 메시지를 던졌으면 좋았을 텐데 의협은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은 "국민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라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현 가능한 요구 조건을 내걸고,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에서도 의협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연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의협이 협상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이제는 내놓아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상대가 있어야 전략이 생기는데 현재는 정부 측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복지부 장·차관 인선이 마무리되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