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시급 1만1500원 요구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1500원을 요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1만1500원은 올해 최저임금(1만30원) 대비 14.7% 인상된 금액이다. 뉴스1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1500원을 요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1만1500원은 올해 최저임금(1만30원) 대비 14.7% 인상된 금액이다. 뉴스1

노동계가 2026년 적용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14.7% 인상된 시급 1만1500원, 월급 240만350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을 요구했다.

양대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시민사회단체 등은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처음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요구안을 공식 발표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노동계가 처음 제시한 인상안이다.

경영계는 아직 요구안을 내지 않았다. 미국 관세 인상과 계엄 사태 이후 소상공인의 경영난 등을 들어 동결 또는 소폭 인상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는 헌법과 최저임금법을 근거로 실질임금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높이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목표로 이번 요구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양대 노총은 "현재 최저임금 인상률은 생계비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임금은 오히려 감소한 실정"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소비지출이 증가해야 매출이 증가하고 중소상공인도 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바탕으로 가구당 적정생계비와 그중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율(82.5%)을 산출했으며, 경기 침체·환율 상승·국내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 폭을 7.8%~26.9% 사이로 설정했다.

최종적으로 14.7% 인상률은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반영한 경제지표와 최저임금 인상률 간의 격차 11.8%, 2024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분 2.9%를 합산한 결과다.

노동계는 지난해 시급 1만2600원(27.8% 인상)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으나 올해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요구했다.

현행 최저임금은 올해 처음으로 시급 1만원을 돌파했다. 다만 인상률은 1.7%(170원)에 그쳐 2021년(1.5%)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시급 기준)은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 2024년 9860원(2.5%), 2025년 1만30원(1.7%)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예년에는 적정생계비 중 근로소득 비율의 100%를 기준으로 요구했지만, 올해는 경제 여건을 고려해 85~100% 수준에서 조정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 요구와 함께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가사노동자 등 도급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도 촉구했다.

현재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 적용 범위가 좁을수록 저임금 구조가 확대되고, 빈곤과 불평등이 더욱 심해진다"며 "정부는 근로기준법 타령을 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후폭풍과 계엄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채무탕감도 요구했다.

한편 전날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는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를 두고 논의가 오갔지만 노사 간 입장차가 컸다.

이와 관련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회의 직후 낸 권고문에서 "도급제 등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관련해 현재까지 제시된 실태 조사로는 논의를 진척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고용노동부는 가능한 수준에서 최저임금법 5조 3항의 적용과 관련된 대상, 규모, 수입 및 근로조건 등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 제출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계가 요청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종사자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노무 제공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와 방식에 대한 논의는 우리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 권한을 갖는 정부와 국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별도 기구에서 논의하기를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7일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예정이며, 이번 달 말까지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법정 기한 내에 최종안을 제출한 사례는 9차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