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인도법인이 지난 2월 인도 현지에 출시한 소형 SUV 크레타 EV. 연합뉴스
인도 중공업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인도 전기차 생산촉진계획(SPMEPCI)’을 발표했다. 인도 현지에 전기차 공장을 짓는 등 3년간 5억 달러(약 7000억원)를 투자하면 향후 5년간 수입산 전기차 관세를 15%로 인하해주는 내용이다. 인도의 수입산 전기차 관세는 4만 달러(약 5500만원) 이상 차종이 100%, 그 외 차종이 70%다. 관세할인 적용 쿼터는 연간 8000대로 한 대당 3만5000달러(약 4800만원) 이상의 차종에 한해 적용된다.
이같은 정책은 인도 정부가 테슬라 현지 공장 유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설계해왔다. 하지만 로이터는 지난 2일 보도에서 인도 중공업부 장관 발언을 인용해 “테슬라는 인도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보도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 현지 공장 설립에 부정적이고, 미국-인도 간 개별 관세 협상을 통해 수입산 전기차 관세를 낮추면 현지 공장을 지을 필요가 줄어들기에 테슬라로선 현지 투자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이에 인도 정부는 다른 완성차 업체에 관심을 돌렸다. 현지 매체 ‘인도 투데이’는 지난 5일 “현대차·기아, 메르세데스-벤츠, 스코다, 폭스바겐 등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SPMEPCI 제도를 활용하는 데 관심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도 “투자 효과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인도 델리 총리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할 당시 악수하는 모습. 사진 현대차그룹
만약 현대차·기아가 투자를 단행하면 인도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도 도로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전기 승용차 판매량은 9만9004 대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2.3%로 비교적 작지만, 인도 정부의 보조금 지급 및 충전기 확충 전략에 따라 두 자릿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도 2030년까지 전기차 5종을 현지에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 EV’를 현지 출시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전기 다목적차(MPV) ‘카렌스 클라비스 EV’도 선보일 예정이다. 모두 인도에서 생산된 차종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폭스바겐이나 스코다보다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기술이 뛰어나 가격·성능 경쟁력이 있다”며 “5억 달러가량을 더 들여 공장을 증설해 주력 소형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고, 중형 이상 전기차는 한국에서 들여와 관세 할인을 받는 투트랙 전략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건은 BYD 등 중국 완성차 업체의 인도 투자계획 참여 여부다. 인도 정부는 2023년 BYD의 10억 달러 규모 합작 투자 제안에도 국가안보상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인도로선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인 중국의 전기차 기업이 자국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대차·기아로서는 기회임이 분명하지만, 투자 대비 효과는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