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50위안대로 떨어진 ‘하얀 석유’ 리튬…배터리 소재사 '빨간불'

 

'하얀 석유' 리튬. 챗GPT 이미지 생성

'하얀 석유' 리튬. 챗GPT 이미지 생성

‘하얀 석유’ 리튬 가격이 4년 만에 ㎏당 50위안대로 떨어졌다.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 겹치며, 니켈 등 다른 소재 가격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주요 한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국자원공사서비스(KOMIS)에 따르면 9일 기준 리튬(탄소리튬) 가격은 ㎏당 59.4위안으로 나타났다. 리튬 가격이 50위안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1월 18일(58.5위안) 이후 약 4년 만이다. 리튬 가격은 전기차 호황기였던 2022년 580위안 대까지 급등했지만, 지난해 6월 100위안 선이 깨진 이후 하락세를 거듭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리튬은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원가의 60~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이 중 탄산리튬은 ESS(에너지저장장치)나 보급형 전기차에 쓰이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이를 정제해 만드는 수산화리튬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에 주로 쓰인다.

또 다른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가격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6일 기준 니켈 가격은 톤(t)당 1만5240달러로, 고점이었던 2022년 3월 7일(4만2995달러) 대비 64.6% 떨어진 상태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16% 하락했다.


가격 하락 배경엔 수요 둔화 속 공급 과잉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리튬 수요는 약 140만~150만t으로 예상되지만, 공급은 이를 웃도는 16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아프리카·아르헨티나·중국 등에서 신규 리튬 개발 프로젝트가 속속 가동된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급증을 예상하고 전 세계적으로 공급을 늘렸지만, 실제 수요가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대적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흐름은 국내 배터리 소재사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면 마진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양극재와 배터리 판매가는 광물 가격에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마진이 악화된다. 이른바 ‘역(逆)래깅’ 현상으로, 비싸게 원재료를 사들여 낮은 가격에 완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 시차를 통상 4~6개월 정도로 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리튬이온 배터리 팩 가격은 전년 대비 20% 떨어져 2017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여기에 수요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분석 결과, 올 1~4월 삼원계 양극재 수출(중량 기준)은 전년 대비 16% 하락한 7만988t을 기록했다. 특히 수출 단가가 떨어지면서 수출액 감소폭(-31.6%)은 더 컸다.

물론 리튬 가격이 반등하면 마진이 회복될 여지도 있다. 실제로 리튬가가 고공행진하던 2022년엔 배터리 소재사들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당장 리튬가 반등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앞당기는 등 수요를 옥죄는 정책이 이어지면서 업계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LFP 배터리 양극재로 중저가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점도 악재다.

이에 업계에선 차세대 기술 혁신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중국 LFP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LMR(리튬망간리치) 배터리 양극재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망간 비율이 높고, 에너지 밀도는 LFP 배터리보다 약 33% 높다는 강점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GM과 공동 개발한 LMR 각형 배터리셀을 2028년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 가격은 수요 공급 사이클에 따라 반등 시점이 결국엔 오는 만큼 차별화된 기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