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매출이 3억…동대문 패션부터 ‘3마’까지, 해외에 깃발 꽂는 K패션

지난 4월 문을 연 마뗑킴 시부야점에서 일본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 무신사

지난 4월 문을 연 마뗑킴 시부야점에서 일본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 무신사

 
지난 4월 24일, 일본 도쿄 시부야의 복합문화공간 ‘미야시타 파크’. ‘마뗑킴’의 첫 일본 오프라인 매장이 들어선 이 곳에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개점 첫날에만 1000명이 넘는 고객이 방문한 마뗑킴 시부야점은 하루 약 800만 엔(약 8000만원), 나흘 간 3200만 엔(약 3억2000만원)의 매출을 거두는 기록을 세웠다.

불황 속 국내 시장을 벗어난 인디 K패션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K뷰티 신화를 이룬 중소 뷰티 업체들과 닮은 꼴이다. 한류 인기와 입소문 마케팅에 힘 입어 일본·중국을 중심으로 잇따라 낭보가 들리자 국내 패션 대기업들도 글로벌 K패션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계급장 떼고 거둔 성공

지난해 신세계 센텀시티 지하 2층에 문을 연 ‘마르디 메크르디’ 매장에서 모델들이 옷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지난해 신세계 센텀시티 지하 2층에 문을 연 ‘마르디 메크르디’ 매장에서 모델들이 옷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K패션을 이끄는 대표주자는 이른바 ‘3마’로 불리는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다. 최근 2~3년새 국내 MZ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들 업체는 일본 젠지들의 사랑을 받으며 잇따라 일본 도쿄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마뗑킴과 마르디 메크르디는 각각 2015년, 2018년 출범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다. 1972년 탄생한 프랑스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2019년 국내 업체 레이어가 아시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했다.

3마의 공통점은 전통적인 홍보 방법 대신 브랜드 경험을 알리는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마뗑킴을 창업한 김다인 전 대표는 블로그에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공유하며 유명세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키웠다. 마르디 메크르디와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도 SNS로 스타일링 팁과 브랜드 스토리를 공유하며 성장했다. 이들 브랜드는 한국의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한류 콘텐트를 타고 해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브랜드 인큐베이팅도 확산

1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무신사 글로벌 파트너스데이 기자간담회에서 박준모 대표가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무신사 글로벌 파트너스데이 기자간담회에서 박준모 대표가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K뷰티의 성공 뒤에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ODM(제조사 개발생산) 업체가 있듯 K패션을 이끄는 패션 인큐베이터도 주목 받고 있다. 패션 브랜드의 투자·재무 등 운영 전략과 오프라인 매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 하고하우스의 경우 마뗑킴을 포함해 드파운드, 유니폼브릿지 등 39개 인디 패션브랜드를 육성하고 있다.

무신사도 대표적인 브랜드 인큐베이터 중 하나다. 무신사는 10일과 11일 이틀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5 무신사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를 열고 국내외 패션브랜드, 마케팅·물류업체, 투자사 등 1000여개 기업 관계자 1500여 명을 만난다. 

무신사는 지난 2022년 글로벌 스토어를 열고 미국, 싱가포르, 일본, 태국 등 해외 13개국에 제품을 판매 중이다. 무신사는 오는 8월부터 글로벌 스토어 앱을 국내 전용 앱과 통합해 국내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검색, 추천, 랭킹 등의 서비스를 해외 고객에게도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중국, 일본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싱가포르, 태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 오프라인 진출도 준비 중이다.

박준모 무신사 대표는 행사에 앞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30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2% 정도에 그친다”며 “해외 진출을 원하는 K패션 브랜드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시장 넓히자” 대기업도 나서

내수 부진과 소비 침체가 길어지자 내수 판매에 집중했던 대기업들도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6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는 올해 필리핀 출점을 시작으로 10년 만에 해외 시장에 재도전한다. 

LF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는 올해 하반기 인도 1호 매장 개점을 앞두고 있다.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 중 인도 시장에 단독 매장을 여는 것은 LF가 처음이다. 코오롱FnC의 아카이브앱크는 지난해부터 태국과 일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내 K패션 인기가 높아지며 삼성물산 준지, 코오롱스포츠, 이랜드 등은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박영수 한국패션협회 상무는 “K콘텐트의 인기에 힘입어 K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해외 시장에 적극 도전할만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