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의 모바일 칩 설계업체인 퀄컴은 영국 ‘알파웨이브 세미’(알파웨이브)를 24억달러(약 3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팹리스인 알파웨이브는 저전력으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고속연결 기술의 설계자산(IP)을 다수 보유했다. 최근 급성장한 데이터센터용 칩 설계에 필요한 기술이라 M&A를 통해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무선통신 기술과 모바일 칩셋 시장 선두주자인 퀄컴은 이번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날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로의 확장을 위한 핵심 자산을 확보했다”며 “앞으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포함한 다양한 고성장 분야에서 고성능 에너지효율 컴퓨팅 솔루션을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리사 수 AMD CEO가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AMD도 공격적인 M&A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AMD는 AI 소프트웨어 최적화 스타트업인 ‘브리움’을 인수했다. 브리움은 다양한 하드웨어에 맞춰 AI 모델을 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AMD는 지난 2년간 사일로AI, 노드닷AI, 밉솔로지 등 연이어 AI 기업을 인수하며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거물 팹리스들의 M&A는 반도체 칩만 팔아서는 AI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퀄컴은 대부분의 수익을 스냅드래곤 등 모바일 칩셋 판매와 통신기술 로열티로 벌었지만,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하면서 신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3월에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퀄컴의 통신모뎀 대신 자체 모뎀을 탑재한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비해 한때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가 주력이던 엔비디아는 이제 국가·산업 단위의 AI 인프라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관련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AMD 역시 GPU 분야에서 엔비디아에 이은 세계 2위이지만, 최근 경쟁력 격차가 더 벌어졌다. 특히 AI 개발자들이 모인 개발 플랫폼 ‘쿠다’(CUDA)는 엔비디아 GPU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개발자 생태계를 잡지 않고선 엔비디아를 쫓아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AMD가 연이은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를 통해 AI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배력에 도전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