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주 사진. 사진 픽사베이(Pixabay)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 연구팀(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삼성서울병원 원홍희 교수, 안예은 연구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현 임상강사)은 43만 명의 '대규모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을 활용한 연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GWAS는 사람의 유전체 전반에 걸친 유전변이를 조사해 음주·흡연 같은 행동 특성, 조현병·우울장애 등 특정 질환과 연관된 유전자를 찾는 분석 기법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정신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렸다.
음주 문제는 ▶조절력 상실 ▶사회적·직업적 기능 저하 ▶신체적·심리적 피해와 같은 여러 문제를 동반하지만, 환자 스스로 문제를 통제하지 못하고 반복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조현병·우울장애와 같은 여러 정신장애와 함께 나타나면서 임상 경과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 간 유전적 관련성이 제기돼 왔지만, 이를 뒷받침할 유전변이를 정확히 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 간 공유하고 있는 유전변이 비율.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음주 문제는 조현병과 73%, 신경성식욕부진증과 65%, 자폐스펙트럼장애와 60%, 양극성 장애와 50%의 공통된 유전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우울장애와도 각각 46%, 39%의 유전 변이를 공유했다.
연구팀은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가 단순히 생활습관이나 환경적 요인을 넘어 공통된 유전적 기반 위에서 발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이 같은 유전적 상관관계를 분석해 두 질환에 공통으로 적용하는 유전자를 'TTC12'와 'ANKK1'로 밝혀냈다. 두 유전자는 도파민 시스템을 조절하는 요소로, 충동 조절이나 보상 시스템과 같은 뇌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음주 문제나 정신장애에 대한 표적 치료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설명했다.
명우재 교수는 "많은 정신장애 환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풀기 위해 음주를 선택하지만, 오히려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이번 연구는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를 동시에 겪고 있는 환자를 위한 치료제의 새로운 기전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원홍희 교수는 "대규모 유전체 분석과 최신 통계기법을 활용해 복합 질환 간 유전적 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했다"며 "이런 연구 방법은 다양한 질환 간 유전적 연관성을 고려한 최적의 치료법 개발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 삼성서울병원 원홍희 교수, 안예은 연구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현 임상강사. 사진 분당서울대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