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사업 몰아주고 1조 뒷돈 챙겼다…'포퓰리즘 여왕'의 최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셔터스톡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셔터스톡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치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72)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지인인 건설업자에게 공공사업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긴 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아르헨티나 대법원은 10일(현지시간)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국가 상대 사기’ 혐의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6년과 함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일간 라나시온·클라린 등이 전했다. 앞서 부에노스아이레스 제2 연방법원은 페르난데스에게 징역 6년에 평생 선출직 금지와 6000억원 상당의 재산 몰수를 명령했다. 이에 페르난데스는 정치적 박해를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결국 징역형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페르난데스는 그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1950~2010) 전 대통령이 재임한 2003~2007년과 자신이 대통령으로 지낸 2007~2015년 남부 산타크루스주(州)에서 도로 건설 등 공공사업 계약 51건을 지인인 라사로 바에스(가택연금 상태)가 운영하는 아우스트랄 건설그룹에 몰아주고 대가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2015년 이 건설사의 수익은 2004년 대비 460배, 자산은 120배나 늘었다. 

10일(현지시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들이 이날 대법원 판결에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들이 이날 대법원 판결에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페르난데스의 실형 확정에도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하다. 이날 대법원 청사와 페르난데스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판결에 항의했다. 일부는 도로를 점거해 “법원은 부패했다”는 현수막을 들고 항의 행진도 벌였다고 현지 방송은 전했다. 

영부인과 대통령, 부통령(2019~2023)을 지낸 페르난데스는 현재 정의당(PJ) 대표로 활동하며 ‘페론주의 적통’으로 불린다. 페론주의는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으로, 광범위한 무상 복지와 자국 우선주의 등을 아우르는 포퓰리즘 노선이다.  


페르난데스는 재임 시절 공무원 수를 2배로 늘리고, 각종 보조금과 복지 확대, 감세를 동시에 추진하는 ‘퍼주기’ 정책으로 노조와 서민층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심각한 재정난을 초래하면서 ‘포퓰리즘 여왕’이란 비판도 쏟아졌다. 이 와중에 페르난데스는 2022년 자택 앞에서 암살 시도를 당하기도 했으나, 암살미수범의 총기 오작동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번 판결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정의당은 '여소야대' 구도인 상황에서 야권 세력을 규합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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